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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마지막 솜틀집 봉산동 허옥례 님
글쓴이 원주 기록관 (admin) 작성일 2022-11-18 16:42:56 조회수 224

우물에서 물 길어 먹으며 살았죠

원주 마지막 솜틀집 봉산동 허옥례 님





0. 인터뷰이 소개

허옥례 님은 1971년 봉산동으로 시집온 이래, 36년간 원주에 마지막으로 남은 재래식 솜틀집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솜틀집에서 하얗게 피어나는 목화솜 먼지와 함께 시간은 흘러, 수줍은 새색시 머리에는 서리가 내렸고,
강변에 따개비처럼 모여 있던 오두막들도 세월 따라 어디론가 사라졌습니다.
마을의 풍경은 다소 변했어도 오랫동안 오순도순 정을 나눈 이웃들이 있어 마음만은 전과 다를 바 없다는 허옥례 님께 봉산동의 옛 모습을 물어봤습니다.


Q.1 
마을에 언제부터 사셨나요?


내가 
1971년도에 이 밑에 강변 쪽 집으로 시집을 왔어요.
그때는 가마는 안 타고 택시 타고 왔지예식은 구식으로 하고.
71
년에 내가 시집을 오니까 강변 쪽 길가 양쪽으로 오두막집이 쭉 이어서 있었어요.
그전에는 초가집이라고 그러지그런 집에 일자(一字)집이었어요.
세 칸 정도 있으면 부엌 하나 방 하나 그렇게 살던 집을 길나면서 싹 허문 거야길나고 남은 데다 새로 집을 지었어요.


Q.2 솜틀집 앞에 있는 길이 예전에는 2차선이었다죠


2차선이었던 길이 4차선으로 넓어지면서 길 건너 도롯가로 올라와서 살다가 1993년도에 이 건물을 새로 지었지.
이 앞 길이 90년대에 4차선 되면서 강변에 오두막집들이 다 철거됐어.
우리 딸내미가 열 몇 살 정도였는데 걔가 지금 마흔두 살이야. (웃음길이 새로 나면서 건물이 양쪽으로 생긴 거야.
그때는 가진 땅이 적어도 건축허가를 내줬어요그래서 우리도 조금 남은 땅에 집을 새로 지을 수가 있었지.
여기 지금 주소가 새 주소로 변해서 치악로인데그전에는 봉산1, 2동이었어요우리 동네는 봉산1동이고 경찰서 위로는 봉산2.
여기서(봉산1뒤로 올라가면 무진 고개라고 그러고지금처럼 상하수도가 잘 되어있지 않았어.
하수도도 건너뛸 수 있는 도랑이야하수가 내려가니까 냄새도 많이 났지.
새마을사업 하면서 뚜껑이 덮였던 건데길 가다 보면 발도 빠지고 그렇게 안 좋았었어.
공구리(콘크리트)판을 쭉 덮으니까 틈이 있어서 덜거덩 덜거덩하잖아길이 늘어나면서 그것도 덮여 없어지고 개발이 된 거지.


 

Q.3 이 마을은 도심이 아주 가깝잖아요교통도 편리했겠어요.


이 앞으로 춘천이랑 홍천 가는 버스가 다녔어요. 아주 옛날에는 이쪽으로 시내버스는 아예 안 다녀서 늘 교통이 불편했죠.
시외버스를 타려면 항상 쌍다리를 건너 다녔어야 했어요. 그때는 쌍다리 건너 5거리 쪽에 분수대가 있었는데 그쪽에 시외버스 종점이 있었어요.
그래서 거기 가서 버스를 탔죠. 전기랑 전화도 여기가 시내랑 가까우니까 다 일찍 들어왔어요.
80
년대쯤 전화 놓고 집마다 텔레비전도 사고. 전화 들어오기 전에는 어디 연락할 일이 있으면 저 너머에 학성동 쪽의 전신전화국에 갔어.
전화하려면 신청을 해야 해. 그러면 교환이 나와서 전화 연결해주고 그랬었지.



Q.4 강변이 가까워서 예전엔 물난리도 많이 났겠어요.


1970년대만 해도 비가 좀 많이 내리면 방축이 떠내려가고 그랬는데, 이제는 제방을 잘 만들어 놔서 비 와도 괜찮아요. 그전에는 허술했어.
방축 위에 놀이터가 있었는데 지금은 그 자리에 동네 경로당이 있거든요. 그 둑이 허물어질 정도로 물이 올라왔어요.
방축 보수공사를 다시 하고 그래서 지금은 비가 와도 괜찮아. 방축 밑으로는 개울인데, 막 파여 나가고 안 좋은 걸 돌로 보수공사를 잘해놨잖아.
공구리(콘크리트 공사)도 하고 돌도 쌓고 그래서 안전한 거지. 1970년대에 한 번은 물난리가 크게 났지. 금대리 골짜기에서 나무통이 엄청 떠내려 오고 그랬지.
내가 그땐 아주 젊었을 때라 기억이 나요. 그때는 짐승이 막 떠내려오고 그러는데 무서웠어요.
여기 방축까지 물이 찰랑찰랑하고. 어른들이 위험하다고 난리들을 치니까 가까이 보지는 못했지.
놀이터 끝에 공동화장실이 있었는데 개울이 좁은데 정비를 잘 안 해 놔서 비가 오면 물이 많이 넘쳤어요.



Q.5 1971년 시집오셔서 50여 년 사시는 동안 동네가 많이 변했다고 보시나요?


봉산1동 쪽은 크게 바뀐 게 별로 없어요. 저 위에 터가 넓은 데는 이리저리 바뀌었는데, 늘 그냥 살던 사람들 이사 오고 가고.
건물 지을 자리가 별로 없으니 다들 집만 고쳐서 사는 거지. 크게 바뀐 건물이 없어.
산 밑이고 이러니까. 몇 년 전에 산비탈에 위험지구다 해서 싹 허물고 비탈에 풀밭을 해놨잖아. 그러느라 반 하나가 통째로 없어졌어.
여기저기 있던 집이 없어지고 통합이 되면서, 여기 나 사는 동네가 20통이었거든. 저 무진 고개 올라가는 데는 21통 이랬던 게 집도 없어지고.
그분들은 여기 저기 조금 보상받아서 다른 동네로 이사했지. 60호가 없어졌다고 그랬어요. 배말타운아파트 쪽도 원래는 다 주택이었지.
제재소도 그 안에 있었고. 여느 주택이었는데 몇 년을 재개발해서 아파트가 들어선 거예요. 91년도쯤에 학봉정이 들어섰어요. 그리고서 이 집을 고쳤어요.
학봉정이 몇 년 먼저 들어서고 그 다음 4차선이 났어. 이 동네는 논이 없고, 밭은 있어요.
서울 사람들이 아파트 짓는다고 무진 고개 쪽 땅을 사 놓고 나라에서 세금을 물리니까 사용만 해 달래. 그래서 이 동네 사람들이 그 땅을 부쳐 먹었어요.
그러다가 작년부터는 거기 아파트가 들어선다고 해서 펜스를 잔뜩 쳐 놨어.

봉산2동 쪽도 기억나는 변화가 크게 없어요. 늘 그저 사람 사는 거, 그저 그 거지
경찰서 맞은편에는 원주도서관(현 원주평생교육정보관)이 있었는데 이제는 옻 문화센터가 됐지.
그 동네도 바뀐 게 크게 없더라고요. 1980년대까지는 우물 시장이 섰었지. 지금은 거기에 다 사람 사는데 소방도로만 중간중간 생겼더라고.
우리 친척도 거기서 가게를 했어경찰서는 오래된 건물이었는데, 자리를 옮겨서 지은 건 아니고 그 자리에 새로 지은 거예요.
쌍다리(원주교)는 내가 시집올 때도 있었는데 보수를 조금 했어. 사람 다니는 쪽을 잘 만들어놨잖아.

 

Q.6 생활하는 모습은 어떻게 변했는지 기억나시나요?

40년 전 즈음 군데군데 허가 없는 집들은 집에 수도가 없으니 우물터에서 물을 길어 먹었죠. 공동 우물터를 이용했는데 수도 요금은 사용하는 사람들끼리 나눠서 냈어요.
주인이 얼마 달라고 하면 주는 식이었죠. 우리 집도 수도가 안 되어있어서 학봉정 인근에서 길어 다 먹었어요.
그런데 매번 길어 다 먹어야 하니 내가 너무 힘들어서 우리 막둥이 낳기 전에 시청에 가서 신청해 수도를 놨어요.
수도를 놓으니까 물을 틀면 콸콸 나와서 좋은데도 물을 막 쓰기가 그렇게 아깝더라고. 그래서 설거지할 때도 어디다 담아 놓고 했어요.
매일 쓰다 보니 이제는 아까운 걸 모르지만 길어 다 먹던 생각을 하면 물 많이 쓰는 것도 낭비 같더라고요. 지금 젊은 사람들은 그 시절을 모르니까 물 아까운 걸 모르지.

빨래는 개울에 가서 나란히 앉아 했어요. 철다리 밑에서 샘물이 나왔는데 겨울에도 얼지 않는 물이었어요.그 물로 빨래를 한 거죠. 여름에는 목욕도 개울에 가서 했어.

집에 처음으로 들여 놓은 전자제품은 텔레비전이에요. 문 닫는 텔레비전을 먼저 샀고 그 뒤로 하나 둘 장만하게 된 거지.
그전에는 누구네 텔레비전 하나 있다고 그러면 다 그 집에 몰려가 봤지.
우리 상할머니가 계실 때 내가 시집을 왔는데 1971년 당시에 81살이셨는데 평생 텔레비전 구경을 못 하셨어. 기차도 못 타보고 돌아가셨어.


 





Q.7 솜틀집 운영을 오랫동안 하셨는데이제는 원주에 마지막 남은 솜틀집으로 알고 있어요.


그전에는 솜을 발로(수동으로트는 것도 있고 그랬지만 이제 다 치웠지한 집두 집 없어지다 보니까 이제 원주 시내에 솜틀집이 우리 밖에 없어.
우리는 그냥 다른 할 일이 없으니까 가끔 일이 들어오면 하느라 가지고 있는 거고.



Q.9 지금 살고 계신 동네 자랑도 한 말씀 부탁드려요.

여기는 시골 동네처럼 편해요그리고 시장 가까운 거들고 나는 사람이 별로 없고사니까 우애로 사는 거지.
편안하고 까탈스럽지않고시골식으로 뭐 있으면 나누어 먹고한 달에 한 번씩 모임도 하고.
큰일이 나면 서로 가서 봐주고 정답게 사는 거지시내가 다들 여기는 시골 같다고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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