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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이야기(2) 시계탑, 중앙동 약속 1번지의 추억
글쓴이 원주시 기록관 (rmshome) 작성일 2024-04-18 16:53:19 조회수 12

시계탑, 중앙동 약속 1번지의 추억




 

원주 최초의 에스컬레이터가 생긴 자유 상가는 1987년 주상복합건물로 새롭게 태어났다. 가만히 서 있으면 자동으로 계단이 올라가는 모습에 지역의 작은 도시 사람들은 신기하기만 했다. 농촌 지역의 아이들도 애써 걸어오거나 버스를 타고 일부러 왔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기 위해서였다. 자유 상가 앞 시계탑은 학생은 물론 젊은이들의 명소가 됐다. 휴대전화가 없던 시절 시간을 정해 만나는 약속 장소 1번지였다. 자유 상가가 생기면서 백화점 스타일의 쇼핑 문화도 알게 됐다. 시공관과 아카데미, 원주극장, 군인극장, 문화극장이 몰려있어 젊은이와 중·장년의 핫 플레이스로 수십 년 자리매김해 왔다.

 

자유 상가 지하에 새롭게 자리 잡은 롤러스케이트장은 청소년들의 해방구였다. 시 외곽 지역의 청소년들까지 자유 상가 지하 롤러장을 수시로 다녔다. 입장료가 500, 롤러 대여비가 200원 정도였다. 자장면 한 그릇에 500~700원 정도 하던 시절이었다. 청소년들에게는 거금이 아닐 수 없었다. ·고등학생들은 그곳에서 친구도 사귀고, 남학생은 처음 본 여학생에게 함께 손잡고 타자며 추근대기도 했다. 마룻바닥이었던 남부시장 롤러장과 달리 아스콘으로 되어 있어 롤러도 훨씬 잘 나가 속도감이 있었다. 당시 세계적으로 유행했던 팝송과 신나는 인기 가요를 들으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롤러에 집중했다. 청소년들 만남의 장소 1번지이기도 했다. 친구를 기다리는 대형서점 동아 서관에서는 신간을 고르는 재미가 쏠쏠했고, 대형 문구점 박스에는 선물을 고르려는 학생들과 젊은 청춘들이 발 디딜 틈 없이 몰려들곤 했다. 전통시장이 몰려있는 시장 곳곳은 활기가 넘쳤고 상가마다 사람들로 가득 찼다. 민속주점이며 작은 선술집, 원일로 뒷골목 먹자골목과 정통의 소고깃집 골목, 평원동 골목마다 자리 잡은 갈비집은 사람 냄새 고기 냄새가 떠다니곤 했다. ‘골타(골든타워)’라고 불리던 중앙시장 2층 나이트클럽은 젊은이들의 해방구였고, 중앙로 곳곳마다 즐비한 카페와 레스토랑은 연인과 가족들의 외식 장소로 인기를 끌었다. 대형 중국집과 고등학생들의 단골 미팅 장소였던 오복제과점, 호떡과 단팥죽 골목도 인기였다.

 

2023. 지금도 하루 유동 인구가 원주에서 가장 많은 곳이지만 낮 동안뿐이다. 오후 8시가 넘어서면 거짓말처럼 도시는 정적에 휩싸인다. 도롯가에 즐비하던 민속주점과 선술집, 오락실, 카페, 경양식 집이 모두 사라지면서 밤 문화가 실종되고 사람들의 발길도 자연스럽게 끊겼다. 5개 극장에서 몰려나오던 사람들은 도심 외곽 신도시로 빠져나갔고, 젊은이들도 새로운 문화가 형성된 인근 택지로 몰려들면서 원주의 중심부인 원도심은 활기를 잃었다. 지금은 잊혀진 이름으로 남아있는 저잣거리와 나무전거리, 쇠전거리로 불리던 우시장에서의 인파들은 이제 추억 속에서만 소환된다. 좀 더 늦은 밤이 되면 그나마 남아있던 상가의 불빛도 하나둘 꺼져가고 거리는 등 켜진 택시만 가끔 적막감을 깬다. 낮 시간대 길게 늘어서 있던 택시도 모두 사라지고 가로등만 거리를 비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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