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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 사랑방, 의류점 애지 김미순 대표
글쓴이 원주시 기록관 (rmshome) 작성일 2024-04-18 14:21:59 조회수 12

2층 사랑방, 의류점 애지




 

장사를 처음 시작할 때 아이 낳고 4개월쯤 됐을 때였다. 어린 아기를 데리고 나와 아무것도 모르고 장사에 뛰어들었다. 가게에서 젖 먹이고, 손님이 오시면 다른 손님이 아기를 봐주시고 그러면서 일했다. 어느 날은 정신없이 손님 받고 보니 애가 없어졌다.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한참 시장 2층을 뛰어다니며 아이를 찾다가 중앙파출소에서 데리고 있다는 연락을 받고 데려왔다. 아이가 시장을 혼자 기어다니는 것을 누군가 파출소에 데려다준 것이다. 그 짧은 시간이 얼마나 끔찍했는지 지금도 그때 기억이 생생하다. 아기 돌잔치도 여기 가게에서 치렀다. 어느덧 36년 전 일이다. 지금 생각하면 겁 없이 젊었다. 그때를 떠올리면 어떻게 살았나 싶고, 다시 하라면 못할 것 같다. 손님들이 도와주신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자유시장 2층은 초창기에도 옷 가게들이 많았다. 원목가구점도 있고, 다방도 있었는데 차차 다른 업종은 없어지고 대부분 의류, 패션잡화점 중심이 됐다. 90년대까지 장사가 정말 잘 됐다. 그때 원주에 이렇게 한 곳에 옷 가게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은 여기 말고는 없었다. 여성복은 젊은 사람들이나 나이 든 사람 모두 여기로 쇼핑을 나왔다. 발 디딜 틈도 없이 사람들이 몰리던 시절이 있었다. 대부분의 가게 주인이 바뀌었지만, 개장할 때부터 함께 장사 해 온 사람들도 많다. 서로 다 친하고 늘 힘이 된다. 지금은 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많이 줄었다. 요즘은 특히 경기가 좋지 않아서 상인들이 많이 힘들어한다. 20, 30대 젊은 사장들을 보면 내 젊은 시절이 생각난다. 열심히 하는 모습들 보면 너무나 예쁘다. 매출이 잘 나와야 힘이 날 텐데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요즘은 매일 아침 일어나 사랑방에 놀러 가야지하는 마음으로 가게에 나온다. 장사는 잘되지 않지만, 일터가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지금도 많은 분이 가게를 찾아주셔서 혼자 있는 시간이 거의 없다. 손님들과 정보도 공유하고, 재밌게 장사하고 매일 웃다가 돌아간다. 일을 할 수 있어 내 몸도 건강하고, 장사하면서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난 것이 최고의 재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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