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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박경리 문의학 집] 사진으로 만난 추억여행
작성자 고유미
핸드폰 비공개
원주 [박경리 문학의 집] 사진으로 만난 추억여행


아침 7시 25분 속초에서 첫 버스를 타고 원주로 출발했다. 시티투어버스가 올해 다시 운행을 재개했다는 기사에 알찬 '12시간 여행'을 떠났다. 비 소식이 있었지만 기대했던 여행이기에 우산과 모자도 챙겼다. 뛰었지만 3분이 늦어 투어 버스를 놓쳤다. 좀 더 뛰었다면, 호사다마란 말은 이럴 때 쓰는 건가. 인터넷 예매에는 없던 속초행 막차버스 예매로 여유로운 2시간이 더 생겼다.
먼저 오늘 여행의 목적지인 '소금강 출렁다리'를 가고 오후에는 꼭 보고 싶었던 공간 '박경리 문학의 집'을 찾기로 했다.

'박경리 문학공원'에는 문학의 집, 북카페, 후반 토지를 집필했던 생가가 있는 곳으로 규모는 크지 않지만 아기자기함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바쁘게 둘러봤다. 오후 5시에 문을 닫아 4시 좀 넘어 도착한 나는 부지런히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버스를 30분 기다려도 오질 않아 포기하는 순간 택시가 앞에 섰다.    
생각보다 긴 거리에 택시기사님께 질문을 했다. "박경리 문학공원 가시는 거 맞죠?"
기사님 "네, 이제 좀 더 가서 모퉁이 돌면 있어요. 근데 거긴 왜 가세요?"
나는 갑자기 말문이 막혔다. "박경리 작가님 책에 대한 얘기가 궁금해서요. 볼거리가 없나요?"
기사님 말씀이, "볼 거 하나도 없어요. 작고. 근데 5시에 문을 닫는다고요?"
4시가 넘어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고 말씀드리니 한 마디 더 하셨다.
나는 아차 했다. 괜히 택시까지 타고 가는 건가. 택시비는 6,400원이 나왔다.

무거운 마음으로 내려 건너편 잔디가 깔린 길을 올라갔다. 좀 전에 내린 비로 카펫 같은 촉촉함에 더 푹신한 풀밭 길을 걷고 흙냄새가 올라오니 그래도 기분은 좋다. 새로운 공간은 기대감이라는 게 있다. 누군가에겐 의미가 없을 수 있지만 나에게는 다를 수 있기에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지금을 즐기면 된다. 4층부터 전시를 관람하라는 안내를 받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1층 : 안내와 사무실, 기념품 판매
2층 : '박경리와 만나다' 삶의 흐름에 따라 연표와 사진, 유품 전시
3층 : '토지'에 들어서다. 역사적, 공간적 이미지와 등장인물 관계도, 영상자료 등을 전시하는 공간
4층 : 살펴보다. 박경리 선생님의 삶과 작품을 연구하는 공간
5층 : 회상하다. 지나온 삶(전시)을 회상하고 선생님이 살던 현실 세계와 마주하는 공간

아무도 없는 곳에 혼자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오롯이 박경리 작가의 눈과 함께 걷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발간된 작품들이 연도별로 정리가 되어 있고 작가의 삶과 문학을 연구하는 별도의 공간도 있다. 하지만, 이런 건 내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박경리 작가의 소설 중 '김약국의 딸들'만 읽었던 나는 '토지' 20권을 집필한 작가의 삶과 인생이 궁금했다. 이 공간 자체에서 주는 묵직함만으로도 '여기 오길 잘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박경리 작가는 친구가 세 들어 살던 김동리 선생님 댁으로 찾아가 글을 보여 주며 재능을 인정받고 추천까지 받으며 '계산'을 발표, 문학 세계로 첫 발을 내디뎠다. 나는 아직도 내 글을 쓰면 누군가에게 직접 찾아가 글을 보여 주질 못하는데 용기가 대단하다.   

토지는 드라마로도 인기가 많았지만 나는 보질 않았다. 개인적인 이유다. 그때 '여주인공 서희'를 뽑는 공개 오디션이 있었는데 배우가 꿈이었던 작은언니도 교수의 추천을 받아 참여했지만 떨어졌다. '누가 봐도 언니가 돼야 했었는데' 동생 마음은 다 똑같은 게 아닌가. 답답한 목소리보다는 딕션이 좋은 언니가 더 연기가 좋았는데 말이다. 그래서, 아직까지도 내가 토지를 읽지 않은 이유 아닌 이유다. 하지만, 이제는 토지를 읽어도 되지 않을까. 내 맘도 풀렸고 20년도 훨씬 지난 세월이기에 속속들이 토지의 원고를 보니 더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토지의 공간은 1부~ 5부까지 주요 자료와 등장인물의 관계도, 영상자료 등을 볼 수 있다. 26년에 걸친 집필기간에 5부 20권 분량의 원고지는 3만 매가 넘는다고 하니 전시된 원고를 만난다는 건 글 쓰는 사람으로서 행운이다. 그때 쓰인 원고를 보며 '나도 빨리 글을 쓰고 싶다'느꼈으니 말이다.

작가의 평소 좋아했던 물건들, 가족과 친구들의 사진 등 다양한 전시물도 있고 글들도 있어 사람 냄새가 물씬 난다. 특히, 어렸을 때부터 있는 사진들의 파노라마는 어떤 인생을 살았을지 짐작이 간다. 누가 봐도 미소를 머금게 하는 추억여행을 함께 떠나는 타임머신을 탄 기분이다.  
그리고 마지막 나의 마음을 움직인 작가의 글,

속박과 가난의 세월
그렇게도 많은 눈물 흘렸건만
청춘은 너무나 짧고 아름다웠다
잔잔해진 눈으로 뒤돌아보는
청춘은 너무나 짧고 아름다웠다
젊은 날에는 왜 그것이 보이지 않았을까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박경리 유고시집, 산다는 것 중"

작가의 시대에도 청춘이 있었고
나에게도 청춘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 청춘이 사라졌다.
자꾸 그 청춘을 생각하면 아직도 눈물이 난다.
그때, 그 젊은 날, 글귀처럼 '그날'이 보였다면 나는 바뀌었을까
아직도 그리워하는 날이기에, 그 이름을 불러본다. '청춘아, 그대의 청춘아, 그리고 내 청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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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수정일 2022.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