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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여행후기 이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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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류로 물든 도시, 원주
작성자 최승진
핸드폰 비공개
원주는 동으로는 치악산을 서로는 섬강을 두고 형성된 고을이다. 섬강은 두 천이 횡성에서 만나 생긴 강으로 원주에서 굽이치며 흐르다가 원주와 여주가 만나는 지점에서 남한강으로 합류한다. 섬진강은 두꺼비가 많이 살았던 생태 환경과 긴밀한 연관이 있어 이름이 붙었다면 섬강은 두꺼비의 형상을 하고 있는 바위에서 유래한 이름이라고 한다. 정철이 쓴 "관동별곡"에 “섬강이 어디인가 치악산이 여기로다."라는 문장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섬강이라는 명칭은 조선 선조 대에도 사용했던 것 같다. 산지의 감입곡류하천이 자아내는 절경이 단풍과 어우러진 모습이 기대가 된다.


# 섬강과 소금산이 어우러지는 가을의 풍광

원주에 도착하자마자 간현관광지로 향했다. 소금산과 간현산 사이를 흐르는 삼산천은 간현관광지에서 섬강에 합류하여 간현산을 굽이쳐 흐른다. 간현교에 오르니 뒤로는 오형제바위와 괴골산 자락이 암벽을 이루고 있고 섬강이 계곡을 따라 흐른다. 삼산천이 섬강으로 합류하는 곳에는 왜가리가 노닐고 있고 소금산 암벽에 뿌리를 내린 나무는 단풍이 들어 산을 수놓고 있다. 삼산천 변에 조성해 놓은 길가에는 화살나무가 빠알간 열매를 알알이 맺고 있다. 가을의 어원은 열매를 수확하다는 뜻의 단어라 한다. 곳곳에서 나무들이 가을을 농축하여 과실을 내었다. 소금산 암벽에는 클라이밍을 하는 이들이 보인다. 가을색을 하고 있는 건강한 팔로 암벽을 오르는 모습을 보니 얼마나 멋져 보이는지 모른다. 생의 의지를 발하여 갖가지 모습으로 알곡을 맺는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힘을 돋우게 한다. 소금산 봉우리 사이와 소금산과 간현산 봉우리 사이에는 다리로 이어놓아 일대를 조망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금강산이 연상될 정도로 경치가 아름다운 소금산(少金山)과 섬강이 이루는 절경을 감상하다, 간현관광지 카페에서 따뜻한 차와 커피를 마시고 나니 곧 사위가 어두워진다. 저녁이 되어 단풍의 색감이 검게 되니 다른 노란 빛이 밤하늘에 솟는다. 음력 구월 열나흗날. 육안으로 봤을 때 보름처럼 보이는 달이 동쪽 산 위로 떠오른다.

원주혁신도시로 이동했다. 혁신도시에는 행정기관과 공공기관이 밀집해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본원, 한국관광공사 본사, 도로교통공단 본사를 비롯하여 중앙행정기관의 지방청 사무실과 공사의 본사가 모여 있다. 조선 강원도감영이 있던 행정 거점 도시로서의 면모가 현대에도 계승되고 있나 보다.


# 원주의 청룡, 치악산

아침에 눈을 뜨니 창으로 강렬한 빛이 쏟아진다. 창밖으로 치악산의 능선이 병풍처럼 펼쳐 있다. 정철이 "치악이 여기로다!" 하고 노래할 만한 절경이다. 지금은 현대 건물이 곳곳에 가득하지만 옛적 원주 고을을 청룡처럼 지키고 있었을 치악의 모습이 얼마나 위용이 있었을까. 동편 어디에 시선을 두어도 치악산의 능선이 장엄하게 펼쳐 있다. 치악산에서 발하는 신선한 기운과 기개가 전해지는 느낌이다.

강원도 향토 음식을 빼놓을 수 없다. 원주시에서 추천하는 옹심이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주문한 옹심이칼국수와 감자전이 곧 나왔다. 옹심이칼국수의 국물이 걸쭉하여 식감이 마음에 든다. 향토적인 문화가 사라지는 아쉬움을 달래기에 적합했다.

치악산 자락에 당도하니 공기가 더욱 맑다. 길섶에는 이름 모를 가을 꽃과 열매가 가득하다. 저 멀리 내다보이는 치악산 봉우리가 내다보인다.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한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어진 사람은 장엄하고 고요한 산을 닮기를 원한다는 의미일 테다. 여행에 함께한 분은 장중하고 중후한 산을 닮았다. 감정적인 흔들림 없이 무게의 추를 잡아준다. 안정감 있고 고요한 성품 덕에 6년차 결혼 생활도 안정적이고 만족스럽게 영위하고 있다. 어느 사찰을 입구에 들어서니 산수유가 빨갛게 익어 탐스럽다. 어쩜 이렇게 붉고 윤기나게 농익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사찰에 서서 아래로 내려다보니 치악산 자락이 뻗어 있다. 산사의 아름다움은 산의 풍경을 끌어안아 자연을 집으로 삼는 묘에 있다.


# 풍류의 멋

원주에 왔으니 강원도감영을 지날 수가 없다. 감영은 관찰사가 집무하던 도 행정 청사와 관사의 역할을 했다. 강원도의 명칭에도 감영이 있었던 원주의 이름이 들어간다. 때로 역적의 출신지가 원주라는 이유로 강원도의 이름이 강춘도가 되기도 하였으나 대부분 강원도의 감영은 원주에 있었다. 현대 도청사는 춘천에 있지만 원주는 굵직한 행정기관과 공공기관의 청사가 있는 행정의 중심 도시로서 역할을 한다. 복잡한 근현대사를 지나오며 강원도감영의 전각은 대부분 소실되었지만 그 일부를 복원 혹은 재현해 놓았다. 감영 후원도 일부 재현해 놓았는데 조선 관리들이 청사 영역 내에서도 선비 정신과 풍류 즐기기를 겸하고자 했던 마음을 읽을 수가 있다. 그러고 보면 일만 남아 있고 풍류 즐기기에는 적합하지 않게 된 현대의 사무 공간이 얼마나 각박한지 모르겠다. 메마르고 텁텁한 마음으로는 헛헛하고 날카로워지기 마련이다.

근처에서 저녁 먹고 나니 치악산 위로 만월이 떠올랐다. 완연하게 모습을 드러낸 달을 카메라에 담았다. 둥글게 떠오른 보름을 보는 행운으로 단풍 여행을 마무리짓게 되었다.

여행 기간이 짧아 아쉬움이 많다. 법천사지에서 완전한 복원을 기다리고 있는 지광국사탑을 찾아가지 못하였고 문막 반계의 은행나무도 만나지 못했다. 아쉬움이 있어야 다음을 기약할 수 있는 법이다. 단풍으로 물들고 풍류가 가득한 원주를 다시 찾을 날을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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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수정일 2023.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