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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오염 주범 석탄발전소를 20기나 증설해야 하나요?

 

/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산업통상자원부의 2015년도 제7차 전력수급계획에 따르면 오는 2029년까지 18조원을 투입해 석탄발전소 20기가 건립될 예정이다. 하지만 미세먼지 등 우리나라의 대기오염이 날로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오염물질을 내뿜는 석탄발전소를 늘리겠다는 정책이 결코 달갑지 않다.

지난해 6월 미 항공우주국(NASA) 연구팀이 한반도 상공의 대기상황을 측정한 결과 한국의 대기오염 상태가 상당히 위험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당시 NASA 팀의 영상에 따르면 심지어 미세먼지 농도가 양호하다는 날에도 상공에는 먼지 띠가 가득해 큰 충격을 안겨줬다.

예일대와 컬럼비아대학이 2년마다 공동으로 발표하는 환경성과지수(EPI) 조사에서도 우리나라는 지난해 대기오염 분야에서 전체 178개국 중 173위로 최하위권을 차지해 우리 대기환경이 매우 심각한 상태임을 보여줬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에서는 다량의 미세먼지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석탄발전에 대한 의존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2016년 우리나라의 총발전량 중 석탄(무연탄+유연탄)을 연료로 하는 발전량이 39.2%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석탄 발전량도 2010년 19만8287 GWh에서 2016년 20만7176 GWh로 약 4.4%나 증가했다.

석탄은 매연과 함께 이산화황, 질소산화물, 각종 중금속 등 다량의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대표적인 오염원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석탄 연소 시 발생하는 질소산화물과 이산화황은 공기 중 화학 반응을 통해 인체 건강에 치명적인 초미세먼지를 생성하는 주범이기도 하다.

2015년 국립환경과학원의 자료에 따르면 무연탄의 미세먼지(PM2.5) 배출계수는 톤당 60.63kg, 유연탄은 39.63kg에 달한다.

석탄 연소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은 호흡기뿐만 아니라 혈관과 신경계까지 침투하고 암, 심장마비 등 다양한 질병의 원인이 된다. 환경단체 그린피스의 2015년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현재 석탄발전소에서 배출되는 대기오염 물질로 인해 매년 최대 1600명이 조기 사망하고 있으며, 향후 석탄발전소 증설에 따라 조기 사망자 수는 최대 2800명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경고가 나왔다.

게다가 석탄 연소 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전 세계 탄소배출량의 44%나 차지할 정도로 지구온난화의 주범이며, 그 중에서도 석탄발전은 석탄 연소를 통해 가장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탄소배출 사업이다.

세계에서 석탄발전량이 가장 많은 중국도 최근 계획 중이거나 공사 중인 103기에 달하는 석탄발전소에 대한 증설을 취소하기로 했다. 이는 약 120 GWh에 달하는 발전량으로 그 가치만 약 72조원에 달해 석탄발전을 감축하려는 중국 정부의 의지가 얼마나 큰지를 엿볼 수 있다.

우리 정부도 지난해 7월 총 10조원을 투입해 오염물질을 전년대비 24% 감축하며 가동 중인 석탄발전소 총 53기 중 30년 이상 된 10기는 폐지하고 나머지는 환경설비와 성능개선을 통해 오염물질을 획기적으로 줄이겠다는 대책을 발표했다.

그런데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 10기의 노후화된 석탄발전소를 폐지한다면서 동시에 20기에 달하는 석탄발전소를 증설하는 것은 뭔가 앞뒤가 맞지 않아 보인다.

산업부는 신규 석탄발전소가 최신 환경설비와 강화된 배출 기준을 적용할 것이므로 대기오염이 줄어들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의문이 해소되지 않는다. 당장 신규로 증설되는 발전용량은 총 1만8144 MWh로 폐지될 예정인 10기의 발전용량 3345 MW와 비교하면 무려 5.4배나 많다. 아무리 강화된 규제와 최신 설비를 적용한다고 해도 대기오염이 줄어들 것이라는 정부의 해명이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산업부가 석탄발전에 매달리는 이유는 경제성 때문이다. 석탄발전은 1 KWh당 생산단가가 보통 30~40원에 불과하지만 LNG 발전단가는 160~170원에 달한다.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저항이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값싼 전기를 공급하려면 결국 한전이나 발전소 측에서는 생산단가가 싸고 수익성이 보장되는 석탄발전을 확대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2015년 파리기후협약을 통해 2030년 온실가스를 5억3600만 톤까지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고, 파리기후협약은 지난해 11월 4일부로 발효됐다.

그런데 경제성만을 앞세워 석탄발전소를 앞으로 20개나 늘리겠다는 정책은 온실가스를 줄이고 기후변화에 공동대응하자는 기후협약 정신에도 맞지 않을뿐더러, 현실적으로 감축 목표를 달성하는 것도 더 어려워지게 된다.

무엇보다 석탄발전소는 국민건강을 위협하고 환경을 오염시키는 주범이다. 이러한 석탄발전소를 단지 싸다는 이유만으로 늘려간다면 머지않아 우리나라도 중국처럼 희뿌연 스모그와 미세먼지로 가득하게 될 것이다.

산업부는 올해 중장기 전력수요 예측과 전력 설비 등을 설계하는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발표한다. 만약 이번에도 전력의 안정적 수급이라는 이유로 20기의 석탄발전소 건설 계획이 그대로 추진된다면 이는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환경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

올해도 기다리던 봄이 찾아왔다. 그러나 도시 전체가 뿌옇게 흐려지고 연일 미세먼지 주의보에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는 그런 봄을 맞이하고 싶지는 않다.

 

-최성근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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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수정일 2021.1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