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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년과 1,975km의 여정, 법천사지 지광국사탑 환수
112년과 1,975km의 여정
법천사지 지광국사탑 환수

이른 아침부터 무더위가 기승인 여름. 사적 466호 법천사지에 막 도착한 참이다. 너른 절터에 짙게 깔려 있던 새벽안개가 차츰 흩어지면서, 이윽고 천 년 폐사지의전경이 선명히 드러났다. 장마 이후 무성해진 풀숲을 지나느라 바짓자락은이슬로 녹녹해졌지만, 고즈넉한 공간을 독점하며 산책하는 기분이 근사하다.

밑동 뚫린 노거수에 다가가 묵례를 하고, 명봉산 기슭 야트막한 비탈을 올라 나타난 국보 59호 지광국사탑비의 화려한 문양에 새삼스레 마음을 빼앗긴다. 여느 때라면 이것으로 구경을 마쳤을 테지만, 올해부턴 다르다.
지난 2022년 12월 28일 법천사지 유적전시관이 개관한 덕분이다.

백일홍이 가득 핀 시골길을 따라 발걸음을 재촉해 곧 나타난 건물은, 유리로 된 전면에 외장으로 나무가 덧대어져 법천리의 아늑한 풍경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다.
안으로 들어서자, 시원한 개방감이 먼저 느껴졌다. 높은 천장과 탁 트인 북쪽 면 덕분이다.
‘법천사지어디에서나 관람할 수 있는 열린 전시관’이라는 콘셉트가 와닿는다.
기획전시실에서는 뜻깊은 전시가진행 중이다. 드디어 원주로 돌아온 지광국사탑을 만나볼 수 있는 자리, 해체된 채 놓여있는 부재들 너머로 400m 가량 떨어진 탑전지(塔殿址)와 지광국사탑비가 눈에 들어온다.

법천사지 유적전시관
법천사지 유적전시관은 지난 2001년부터 총 12차례에 걸쳐 이뤄진 발굴조사에서 수습된 석조 유물과 매장 문화재를 보존·전시하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다.
2020년 12월 착공되어 2년 만인 2022년 12월 28일 개관했는데, 총사업비 78억 원이 투입되어 법천리 594번지 일대에 대지면적 3,859㎡, 연면적 2,231㎡, 지상 2층 규모로 조성됐다. 1층에는 전시실과 개방형 수장고, 다목적 강당이, 2층에는 전시실, 학예연구실, 회의실이 마련됐으며 3층 옥상에서는 법천사지 일대를 조망할 수 있다.

법천사지 유적전시관에서는 법천사지 출토 유물 400여 점과 미등록 유물 3만여 점을 보유하고 있으며, 남한강 유역 폐사지 출토 유물의 보존·전시를 비롯해 각종 교육·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지난 7월에는 강원특별자치도의 현지 조사를 거쳐 1종 전문 박물관인 공립박물관으로 등록되기도 했다.
역사박물관에 이은 원주시의 두 번째 공립박물관이다.
법천사지 유적전시관은 인근 거돈사지·흥법사지와 흥원창을 연계한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추진의 거점 센터 역할도 수행하게 된다.

국보 101호 지광국사탑
지광국사탑은 고려 문종 때 국사(國師)를 지냈던 승려 지광국사 해린(984~1070)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승탑이다.
국가문화유산포털에서는 지광국사탑을 “장식이 정교하며 혼란스럽지 않고”, “고려 시대에 만들어진 탑 가운데 다른 어떤 것에 비할 수 없을 만큼 우수한 작품”이라고 소개한다.

그러나 지광국사탑은 그 아름다움만큼이나 기구한 운명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지광국사탑은 일제강점기였던 1911년 일본인 골동품상에 의해 반출됐고,
일본인 재력가들의 손을 거쳐 오사카까지 팔려갔다.
1915년 조선총독부의 명으로 반환되어 경복궁 건춘문(동문)으로 옮겨졌으나, 이후 궁궐이 조선총독부 박물관으로 쓰이면서 여러 차례 재배치됐고 해체와 조립을 반복해야 했다.
6·25 전쟁 중에는 유탄(流彈)을 맞아 옥개석 윗부분이 파괴되기까지 했다. 점검 당시 확인된 파편이 1만2천 개였다고 하니, 말 그대로 산산조각이 난 셈이다.

몇 년간 방치됐던 지광국사탑이 최초로 복원된 것은 1957년이었지만, 치밀한 고증이 이뤄지진 못했다.
1962년 국보 101호로 지정된 후로도 지광국사탑은 경복궁에 남았고,
국립중앙박물관이 2005년 용산으로 이전 개관한 후로도 안전상의 문제로 옮겨지지 못했다.

진단 결과 지광국사탑에서 다수의 균열과 손상이 확인되면서, 문화재위원회는 탑을 해체해 보존처리를 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지광국사탑은 2016년 대전 국립문화재연구소 문화재보존과학센터로 옮겨졌으며, 2021년 장장 5년에 걸친 보존작업이 완료됐다.
2019년 문화재위원회 회의를 통해 원 소재지인 원주로의 환수가 일찍이 결정됐지만, 실제로 돌아오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필요했다.
그리고 2023년 8월 1일. 지광국사탑의 부재들이 법천사지 유적전시관에 도착했다.
고향을 떠난 날로 부터 112년, 이동 거리 1,975km에 달하는 긴 여정이었다.

환지본처(還至本處)
지광국사탑의 부재들은 지난 8월 10일부터 일반에 공개됐다.
총 33개의 부재 중 지속적인 점검이 필요한 옥개석과 탑신석을 제외한 31개로 사자상, 기단석, 지대석, 우석, 탑구석 상·하단, 보주, 앙화 등이다.
과거 복원에 사용됐던 모르타르 조각도 비치되었다.
해체된 탑을 구석구석 살펴볼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의 전시다.
한편에서는 지광국사탑의 과거 모습을 비롯해 복원 과정과 이송 모습이 담긴 사진을 통해 지광국사탑이 지나온 여정을 엿볼 수 있다.

부재 공개와 더불어 8월 10일 열릴 예정이었던 환수식은 태풍 카눈의 북상으로 취소됐지만, 8월 25·26일 양일간 환수기념 문화예술행사가 법천사지 및 법천사지 유적전시관 일대에서 개최됐다.
체험 부스, 공연, 기획전시, 시민 참여형 행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돼 시민들의 호응을 얻었다.
지광국사탑은 돌아왔지만, 복원 위치는 여전히 뜨거운 감자로 남아 있다.
본래의 자리인 법천사지 승탑원과, 법천사지 유적전시관 실내라는 두 안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하기 때문이다.
외부로 결정될 경우라도 보호각의 설치 여부가 또 다른 쟁점이 될 수 있다.
원주시역사박물관은 현재 지광국사탑 복원 위치에 대한 연구 용역을 진행 중으로, 이에 따라 늦어도 11월이면 복원 위치가 최종 결정될 전망이다.

글 이새보미야·사진 시정홍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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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수정일 2023.0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