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의 제목에 함축된 의미
『토지』의 제목에 함축된 의미에 대해서 작가는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토지'라는 제목과 관련해서는 처음에는 막연하게만 생각했지 확실히 정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土地'라고 정한 것은 대지도 아니고 땅도 아닌 것, 즉 땅이라고 하면 순수하게 흙냄새를 연상하게 되고 大地라고 하면 그냥 광활하다는 느낌만 들어 그 밖의 것을 찾다가 나온 겁니다. 이것은 제 느낌입니다만 토지라고 하면 반드시 땅문서를 연상하게 되고 '소유'의 관념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소유라는 것은 바로 인간의 역사와 관련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이 원초적인 상태에서 오늘에 이른 것은 다 소유의 관계에서 나온 것이 아니냐 하는 거지요. 한마디로 말할 수는 없지만 대개 이런 정도의 생각으로 출발해서 그것이 씌어지면서 자꾸 생각이 넓어지기도 하고 깊어지기기도 하여 간 것이 아니냐 하는데요.
김치수,「박경리와의 대화」,『박경리와 이청준』, 민음사, 1982, 167면.
작가가 밝히고 있듯이 '토지'라는 제목은 땅문서를 연상케 하면서, 더 나아가 '소유'의 관념을 포함한 자본제적 소유 욕망이 투여된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며, 역사적 체제 안에서 토지라는 '자본'을 작기 확장이라는 목적을 위해 특수한 방식으로 사용(투자)하는 '역사적 자본주의'의 한 양상을 보여준다.
그래서 '토지'라는 말에는 농경을 곧 땅의 문명화로 여기는 농경 사회의 이데올로기와 함께 봉건주의적이건 자본주의적이건 간에 소유의 개념이 들어 있는 것이다.
이를테면 작품에서 동학 잔류 세력들의 '오백섬의 토지'를 관리하며 김 환에게 투쟁 자금을 공급하는 토지관리인 '길노인(송안거사)'의 의식이나, 조선의 토지를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평사리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숱한 인물들이 배움을 익히고 삶을 꾸려나가며 투쟁하는 전 과정에서 작가가 의도한 '토지'의 중의적 의미는 잘 드러나고 있다. 요컨대 『토지』는 땅을 매개로 삶을 영위해 가는 순환적 터전이라는 기본 의미를 포괄하면서, 그것을 넘어 전체 서사의 내용에 반영된 자본제적 소유와 욕망의 개념, 더 나아가 식민지 자본주의 형성 과정을 통해 근대사회로 변화해 가는 역사적 도정에서 한민족의 존재를 새롭게 규정하는 의미를 내포한 것으로 이해된다.
김성수 (연세대학교 학부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