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옛날의 그 집에서 박경리 선생님 분향소 마련 | |
옛날의 그 집 박경리
비자루병에 걸린 대추나무 수십 그루가 어느 날 일시에 죽어자빠진 그 집 십오 년을 살았다
빈 창고같이 휑뎅그렁한 큰 집에 밤이 오면 소쩍새와 쑥쑥새와 울었고 연못의 맹꽁이는 목이 터져라 소리 지르던 이른 봄 그 집에서 나는 혼자 살았다
다행이 뜰은 넓어서 배추 심고 고추 심고 상추 심고 파 심고 고양이들과 함께 살았다 정붙이고 살았다
달빛이 스며드는 차가운 밤에는 이 세상의 끝의 끝으로 온 것 같이 무섭기도 했지만 책상 하나 원고지, 펜 하나가 나를 지탱해주었고 사마천을 생각하며 살았다
그 세월, 옛날의 그 집 그랬지 그랬었지 대문 밖에서는 늘 짐승들이 으르렁거렸다 늑대도 있었고 여우도 있었고 까치독사 하이에나도 있었지 모진 세월 가고 아아 편안하다 늙어서 이리 편안한 것을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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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을 일구고 토지를 쓰셨던 옛날의 그 집 (원주시 단구동 소재 토지문학공원)에 선생님의 분향소를 마련했습니다.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는 마지막 싯귀가 마치 오늘을 예감한 것 만 같아 목이 메입니다
우리에게 이런 문인이 계셨다는 것 우리에게 이런 작품이 있었다는 것이 한 없이 고맙고 자랑스러울 뿐입니다
홀가분하게 떠나신다는 선생님의 길에 인사드릴 분께서는 옛날의 그 집 토지문학공원내에 마련된 분향소로 오시면 되겠습니다.
2008년 5월 5일
한국문학의 산실 토지문학공원 공원지기 올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