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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4) “대전환 시대의 핵심 키워드는 문화입니다” - 제현수 원주시 창의문화도시지원센터장
작성자 관리자 날짜 2022-02-28 15:15:10 조회수 232

 

“대전환 시대의 핵심 키워드는 문화입니다”

- 제현수 원주시 창의문화도시지원센터장 - 

 

 

 

고대부터 존재해온 모든 문명의 완성도를 논할 때, 판단의 척도는 물질이 아닌 문화였다. 현대의 도시 또한 마찬가지다. 문화는 목적이자 도구이며 더 나아가 삶 그 자체가 될 수 있다. 지난해 11월, 원주시는 유네스코 문학 분야 창의 도시 네트워크 회원 도시에 가입했다. 이로써 원주가 가진 문화적 자산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나갈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다.   

원주는 2019년 겹경사가 있었다. 유네스코 문학창의도시 네트워크 지정에 이어 12월에는 ‘제1차 법정 문화도시’로 지정됐다. 문화와 도시라는 교차점에서 유네스코 문학 창의도시와 문화도시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이 두 사업은 원주 시민의 라이프스타일을 어떻게 바꿔나갈 수 있을까? 해답을 찾기 위해 원주시 지속가능발전협의회의 사무국장이자 유네스코 문학 창의도시 운영위원으로 활동 중인 제현수 창의문화도시지원센터장을 만났다. 

 

Q1. 유네스코 문학 창의도시 원주의 2020년을 평가해주신다면? 

다들 아시는 바와 같이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전반적으로 쉬운 게 없었죠. 창의도시 사업의 핵심이 네트워크인데, 국내외 다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다만 내부적으로는 창의도시 사업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을 정리하고 이해기반을 만드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사업은 창의도시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단계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준비가 끝나야 본격적으로 창의도시 사업을 해나갈 수 있는 거죠. 가장 큰 소득이라고 한다면, 원주의 역량과 자산이 충분하다는 걸 확인했다는 건데요. 덧붙여서 앞으로 원주에서 창의도시 사업을 어떻게 진행해야할지, 일하는 방식을 결정하는 일이 중요한 과제로 남았습니다. 논의가 더 필요한 부분이에요. 

 

Q2. 창의도시 사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유엔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에 대해 원주 시민들의 이해도는 어떤 편이라고 보시나요? 

사실 ‘어렵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죠. 그런데 알고 보면 우리가 초등학교 교과과정에서 다 이미 배웠을 정도로 특별한 건 아니거든요. 그동안 인류가 고민해 왔던 삶의 방향성을 정리한 것 뿐이에요. 이미 우리가 일상 속에서 접하고 있는 가치입니다. 역설적으로 생각하면 결국 특별하지 않은 것들이 우리한테는 제일 필요하고 중요한 것 아닐까 싶어요. 우리 사회가 앞으로 지향해야할 발전의 모습이잖아요. 시민들이 얼마나 여기에 공감하고 힘을 모아낼 수 있느냐가 핵심입니다. 원주시가 창의도시 네트워크 가입 당시에 유네스코로부터 받은 공식 레터에도 보면 잘 설명이 되어있는데요, 특히 열한 번째 목표인 ‘지속가능한 도시와 공동체(Suitable Cities And Communities)’를 직접적으로 잘 구현했으면 하는 바람을 전달받았습니다. 유엔의 모든 기구가 그렇지만 유네스코는 문화와 교육을 권장하고 있지 않습니까. 문화를 기반으로 해서 도시 발전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발전 모델을 만드는 게 우리가 가야하는 방향입니다. 문화적 기반 없이 쌓을 수 있는 성이 아니에요. 문화는 목표 달성에 있어서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라는 건 문화적 발전 뿐 아니라 이를 토대로 해서 보다 나은 사회로 진전하는데 의의가 있는 거고요. 목표달성을 위해서 각국의 모든 창의도시들이 힘을 모아야 하는 거죠. 

 

Q3. 원주시의 경우 지속가능발전목표 설정과 이행이 잘 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지속가능발전 목표’는 2015년에 유엔에서 채택됐고요. 우리나라의 ‘국가 지속가능발전목표’ 수립은 2018년 12월 24일에 국무회의에서 통과됐어요. 강원도는 올해 수립하고 있는 중이고요. 원주시도 해야 하는 일입니다. 유네스코 문학창의도시 네트워크 선정이 원주시가 전반적인 정책행위에 지속가능발전 목표를 적용할 수 있는 동기부여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이해하고 정리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할 텐데요. 유네스코 문학 창의도시사업이 시청의 한 분과만의 업무는 아니지 않습니까? 원주시 전체의 사업으로 이해가 되어야 합니다. 유엔의 지속가능발전 목표가 원주시의 모든 정책 행위의 결정과 집행에 다 녹아있어야 합니다. 국제사회의 약속이자 규범이니까요. 재구조화를 통해서 원주시가 지속가능발전에 기여하고 있는지 제대로 성과관리가 되어야할 것 같고요. 이미 이런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죠. 

 

Q4. 그렇다면 지속가능발전에 대한 이해도를 보다 높이고, 시민들이 스스로 실천해나가도록 하려면 어떤 정책적 고려가 필요할까요?  

저는 원주시 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국장을 20년 째 하고 있거든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알았다면 아마 참 수월했을 것 같아요. (웃음) 쉽게 말하자면 지속가능발전이라는 건, 행복하게 살기 위한 거예요. 지금까지 산업, 토목 발전이 도시의 모델이었다면 이제는 지속가능발전으로 전환되어야 하는 거죠. 보다 창의적이고 민주적이고 포용적인 방향으로요. 지역사회에서 이것이 잘 실현되려면 무엇보다 교육이 중요합니다. 다양한 교육들이 이뤄져야하고요. 학제 안에서 뿐 아니라 평생교육으로서, 지속가능한 발전 사회를 만드는 게 어떤 것인지에 대해 더 많은 토론과 논의가 필요합니다. 결국은 시민의 문화입니다. 문화의 변화고 인식의 변화거든요. 일례로 일회용품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불편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원주 관내 카페 사장님들이 지속가능발전협의회와 새로운 방식에 대해 계속해서 논의하는 중이에요. 기존의 삶의 방식에서 문제가 있다는 걸 인식하고 새롭게 바꿔나가려는 노력들이 결국엔 지속가능한 발전목표의 실천인 거고요. 지자체에서 여러 경로를 통해 정책적으로 이를 뒷받침 해줘야겠죠. 

 

Q5. 지난 7월에 있었던 <유네스코 창의도시 원주, 문화외교활성화 방안 세미나>에서 문화외교를 이끌어가기 위해 인력양성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신 바 있는데요, 관련해서 원주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인력이 양성이 되어야하고 필요한 인프라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네트워킹의 전문가가 필요합니다. 활발한 네트워크를 만들어내고 사람들의 논의를 의제화 시켜서 변화를 만들어나갈 수 있는, 역동적인 일들을 감당할 수 있는 자원들이 풍성해질 필요가 있어요. 네트워킹 전문가에게 요구되는 덕목이라면 무엇보다 기본적으로 지역사회에 대한 이해가 충분히 있어야죠. 또 하나는 조직력입니다. 핵심은 결국 공감하고 소통하는 능력이에요. 그런 역량을 갖고 있는 분들이 분명 계실 텐데 제대로 발굴해 내고 있는지는 고민을 해봐야죠. 그런 활동을 할 수 있는 사람을 지역사회가 제대로 지원을 하고 있나. 연결되는 얘기로, 네트워킹 전문가를 지원하는 기관이라든가 교육과정이라든가 활동들을 보장해주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Q6. 문학 창의도시와 관련해, 이상적인 형태의 거버넌스란 과연 무엇일까요? 

협치는 쌍방의 합의로 도출된 공동의 결정이 이뤄져야하는 거잖아요. 정말 제대로 된 거버넌스가 구축이 되려면 의사결정 구조가 제대로 갖춰질 필요가 있는 거죠. 이해당사자들의 요구를 수렴해서 충분한 논의를 통해 도달하는 시스템을 어떻게 잘 갖추느냐가 좋은 거버넌스를 결정하는 중요한 단계라고 보고요. 그렇다면 ‘거버넌스의 대상은 누구인가’하는 의문이 생기잖아요. 가장 좋은 방식은 시민 거버넌스라고 생각합니다. 시민들이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참여할 수 있어야죠. 지금까지 우리 사회의 거버넌스는 요식 행위에 불과했어요. 의견을 그저 수렴하는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결정의 주체도 시민이 되어야 의미가 있어요. 그래서 거버넌스는 의사결정 과정입니다. 의사결정 구조 자체가 거버넌스예요. 유네스코 문학 창의도시 사업만큼은 시민들이 니즈가 있을 때 합의를 통해서 그것이 결정되고 추진되는 바탕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물론 아주 어려운 일이긴 합니다. 

 

Q7. 문화도시와 유네스코 창의도시라는 두 개의 타이틀이 원주에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을까요? 연계 지점이 궁금합니다. 

기본적으로 두 사업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그동안의 발전 방식을 반성하고 성찰하는 과정에서 앞으로는 어떻게 발전해 나갈 것이냐는 고민에서 나온 사업들이거든요. 결과적으로는 패러다임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요. 내용과 형식, 모든 면에서 연계가 되어있기 때문에 꼭 사업 자체가 합쳐지지는 않더라도 함께 시너지를 내면서 갈 수 있어요. 대전환 시대의 핵심 키워드는 문화입니다. 새로운 원주의 발전 방식을 만들어내는데 중요한 기제로 작동할 겁니다. 두 사업 모두 핵심은 라이프스타일이에요. 다양한 공간의 문제를 해결하는데도 기여하게 될 겁니다. 의사결정 구조를 개선하는데도 많은 영향을 끼칠 거고요. 다시 말해 우리 사회의 발전 패러다임을 바꿀 거라는 거죠. 두 사업 모두 결국은 어려움을 공감하고 치유하는 데서부터 시작해요. 우리의 새로운 발전 방향을 만들어내는 과정이에요. 

 

Q8. 코로나19라는 특수성 때문에 유네스코 창의도시 간 네트워크 활동 또한 많은 제약이 생겼는데요, 다소 정체된 현재의 상황을 어떻게 하면 잘 극복할 수 있을까요?   

꼭 코로나19 때문이라기보다 더 이상 기존 방식으로 곤란하다는 답이 나왔어요. 거대한 흐름이 시작된 거죠. 사람들이 직접 만나는 게 불가능한 상황이니, 다양한 콘텐츠를 고민하게 됩니다. 대면을 못하니까 비대면으로 만나는데, 이전에는 생각지 못한 장점들이 있는 거죠.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고 다양하게 발전하는 과정에 있다고 봅니다. 시기의 문제라고 보고요. 위기기도 하지만 우리 사회의 변화를 위한 좋은 기회기도 합니다. 우리에게 숙제가 던져진 거예요. 더욱 더 좋은 사례를 만들어내고 적용해서 더 많은 시민들을 만날 준비를 하는 게 필요합니다.  

 

Q9. 앞으로 10년 후, 문학 창의도시 원주는 어떤 모습이 되어있을까요?  

저는 시민들이 누구나 편하게 문학과 문화, 도시를 말할 수 있길 바랍니다. 그 안에서 각자의 라이프스타일이 어떻게 채워지고 만들어지는지 서로 소통할 수 있는 도시가 되길 바라요. 되도록 무겁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내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일이라는 걸 느끼셨으면 좋겠고요. 그런 일련의 과정이 지역사회를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사업을 해서 이만큼 물건이 팔려야하고 건물이 생겨야하고, 이런 게 발전이 아닌 거죠. 변화된 캠프롱에서, 학성동 구 법원에서, 아카데미 극장에서 자연스럽게 만나 도시와 문화와 문학을 편안하게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는 도시로만 갔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되면 다른 건 자연스럽게 우리 뒤를 따라오게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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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021년 [행복원주] 1월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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