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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책람회>가 열린 곳 '커피상회 소브루'
작성자 관리자 날짜 2022-07-28 11:25:32 조회수 331

 

 

“<책람회>가 열린 곳”

- 서곡리 ‘커피상회 소브루’ -

 

 




 

Q. 안녕하세요. 에이치 작가님. 반갑습니다. 소개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원주에서 집필노동자로 활동하고 ‘커피상회 소브루’ 한편에 있는 서가를 담당하고 있는 에이치입니다. 반갑습니다!

 

Q.반갑습니다! 취향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공간이에요. ‘소브루’라는 이름도 특이하고요. 어떤 의미가 있나요?

많은 분들이 빵 이름을 먼저 떠올리시는데 그건 아니고요. ‘작은 소’에 ‘브루어리’에 앞 두 글자를 따서 지었어요. ‘작은 커피 브루어리’라는 의미예요. 

 

Q. 맛있는 커피향이 가득한 카페 한편에 서가가 있어요. 어떻게 서가를 만드셨나요?

‘소브루’는 친오빠 부부가 시작한 가게에요. 카페를 시작할 때부터 카페를 포함해 복합 문화 공간 운영을 염두에 뒀죠. 오빠 부부의 양해를 구해서 카운터 옆 한쪽 벽면에 서가를 꾸릴 수 있었어요.

 

Q. 서가 크기가 생각보다 커요. 꽂혀 있는 책들도 일반 서점에서는 보기 어려운 책이 많고요. 어떤 기준으로 책을 큐레이션 하셨나요?

먼저 제 취향을 고려했고요. 제가 속해서 활동하고 있는 ‘원주율’ 팀에서 연 <2021 원주율 책람회>에서 봤던 인상적인 책들을 골랐어요. 모두 독립출판물이고요. 처음 독립출판물을 접했을 때 어렵지 않고 연령이나 개인 기호에 편중하지 않는, 접근하기 쉬운 책 위주로 선별했어요.

 

Q. 인상적인 책들을 몇 권 소개해 주시면요?

아이와 어른이 모두 볼 수 있는 그림책이 눈에 띄었어요. 지금은 다 팔고 없는 가벼운 레시피 북 <조립식(食) 요리>라는 책이에요. 귀여운 일러스트 옆에 간단한 레시피가 적혀 있죠. 함께 사는 강아지와 고양이와의 일상과 상상을 뒤섞은 그림일기 <매일의 귀여움>도 소개하고 싶고, 고양이의 우정을 그린 <녀석이 다가온다>도 인상적이었어요. 

 

Q. 2021년 봄에 소브루에서 열었던 <원주율 책람회> 행사가 궁금해요. 어떤 행사였나요?

‘책람회’는 책과 전람회를 합쳐 만든 말이에요. 미자리 작가님과 솔마 작가님, 저 이렇게 셋이서 꾸린 창작 활동 팀인 '원주율'에서 기획한 행사예요. 세 명 멤버가 각자 맘에 드는 다른 작가들의 독립출판물 책 열권을 골라 소브루에서 직접 판매했어요. 행사를 기획할 무렵에 ‘원주 아카데미 극장 살리기’ 운동이 있었어요. 우리도 아카데미 극장을 지키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행사 수익금을 아카데미 보전을 위해 기부하자는 마음도 모였죠. 

 

Q. 행사는 어땠나요?

딱 예상했던 만큼이었어요. 독립출판이라는게 모든 사람들이 열광적으로 좋아할 만한 것은 아니잖아요. 책이라는 것도 판매고를 엄청나게 높일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딱 기대했던 정도로 마무리되었어요. 다행히 입고했던 책은 대부분 다 팔렸고 소수로 남은 책들은 소브루로 입점해 계속 팔고 있어요. 

 



 

Q. ‘원주율’ 멤버들의 북 큐레이션이 돋보이는 행사였네요. 어떤 책들이 있었나요?

<너를 위한 홍콩>이라는 책이에요. 2019년 12월에 홍콩행 비행기 표를 예약했는데 당시 홍콩 정세와 저의 건강 문제로 홍콩행 비행기를 취소했어요. 제가 봤던 홍콩 여행 가이드북 중에 으뜸이에요. <First Driving Essay>는 얼마 전에 운전을 시작한 저를 위한 보물 같은 책이에요. 브레이크처럼 든든하고 전조등처럼 명확하게, 초보 운전자들을 위한 다정한 에세이입니다. 이밖에도  <I love it and I hate it>, <구덩이들> 등이 있어요.

 

Q. ‘로컬’이라는 말이 흔해진 요즘이에요. 로컬에서 작가로 활동하는 이른바 ‘로컬 작가’이신데요. 장단점이 있다면요?

씬(Scene)이 작다 보니 오히려 더 관심을 주시는 것 같아요. 지역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고요. 지역 독립출판서점도 적극적으로 책을 입고해줘요. 더 큰 씬이었다면 어려울 수 있는데, 오히려 작기 때문에 얻는 기회죠. 배려에 늘 감사해요. 아쉬운 점은 큰 씬에서 얻을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경험할 기회가 적다는 것이에요. 서울 같은 큰 도시에서 활동했으면 분명 지금보다 더 많은 기회가 있었을 거예요. 제가 얼마만큼 열심히 움직이느냐에 따라 열심히 하는 또 다른 사람들을 볼 수 있을 기회가 많았겠죠. 음.. 그런데 장단점이라는 것이 무의미해요. 교통과 통신이 발달하며 서울에서 활동하지 않아도 좋은 콘텐츠를 보고 즐길 수 있기 때문이에요. ‘로컬 작가’라는 말이 좋지만, 제가 지향하는 바는 아니에요. 제가 만든 콘텐츠가 로컬이 기반이라도 꼭 로컬 내에서 소비 될 필요는 없어요. 

 

Q.<성황림 천사의 시><현재 담담합니다> <시골생활>을 펴냈습니다. 작가님에게 책을 쓰는 시간은 어떤 의미가 있나요?

제게 독립출판물을 만드는 시간은 정말 재미예요. 여러 모로 아직 부족하지만 차차 나아지길 바라며 노력하는 편이고요. 정말 잘 써야겠다는 것보다 기획과 만듦새에 더 집중해요. 반대로 의뢰를 받아 돈을 받고 쓰는 글은 재미와 만듦새까지 신경 쓸 수 없어요, 글 자체를 고민해요. 문장 완성도와 구성, 어휘 사용, 메시지 등에 무척 신경 쓰죠. 부담을 갖고 글을 써요. 물론 ‘집필 노동자’라는 말을 좋아하고 글 쓰면서 돈 버는 것도 감사하고 좋아요. 

 

Q.<시골생활>을 무척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운전은 괜찮아지셨나요? 뭐 해 먹고 사실지 힌트를 얻으셨나요? 혹시 농사에 도전해보셨나요?

초보운전 딱지는 계속 붙이고 있지만 이제는 조금 익숙해졌어요. 돈 버는 구멍은 아직 잘 모르겠어요. 집필 노동자로 자칭했는데, 누가 저한테 일을 줘야지 가능한 부분이기 때문에 약간의 번뇌가 있지만 여전히 일하고 있기에 아직 희망이 있어요. 서른한 살에 내려와서 8년째 살고 있어요. 이제는 서울에 있던 시간보다 원주에 있는 시간이 길어졌죠. 정착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시골생활은 계속 유지하고 싶어요. 여전히 농사는 안 짓고 있어요.(웃음) 저하고는 잘 안 맞아요. 언젠간 하고 싶어질 때가 오면 하겠죠? 제가 농사를 짓지 않지만, 부모님이 일구신 텃밭을 보면 자연의 사이클이 경이로워요. 자급자족하는 의미가 무엇인지도 이해가 가고요. 부모님이 어떤 마음으로 농사를 짓는지 이해해요. 

 



 

Q.작가님께서 좋아하는 책을 고르는 기준이 있다면요?

‘만듦새가 좋은 것’이요. 독립출판물을 고를 땐 “너무 귀여워! 어떻게 이런 책을 만들 수 있을까?” 기준으로 골라요. 내용의 진정성을 보고, 저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걸 기준으로 보죠. 기성 출판에서는 유유출판사에 나온 책들을 좋아해요. 읽으면서 제가 발전할 수 있는 책들이기도 하고 디자인도 무척 예뻐요. 유유에서 나온 책들은 디테일한 자기계발서인데 직무적인 부분을 조금 더 통찰력 있게 제시해준 책이라고 생각해요. 읽을 때마다 만족도가 높아요. 책 자체도 심플하고요. 내용과 디자인 모두 만족하는 책이에요.

 

Q.앞으로 어떤 책을 만들고 싶나요?

또 다른 취미가 홈베이킹이에요. 그런데 할 때마다 족족 망해요.(웃음) 망한 홈베이킹 책을 한번 만들어 보고 싶어요. 지금까지 에세이 책 한 권, 그림책 한 권, 엄마가 쓰신 레시피북 한 권을 만들었는데, 만들고 보니 에세이 쪽은 제 길이 아님을 느꼈어요. ‘픽션’ 쪽이 욕심나요. 장르 작가가 되고 싶어요. 아마 다음에 책을 만들게 되면 픽션 관련 책을 만들지 않을까 싶어요.

 

Q.긴 시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북크닉 원주’와 같은 활동처럼 더 괜찮은 문학 창의도시 원주가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문학 도시가 브랜드이고, 그런 아이덴티티를 지켜나가기 위한 사업이 ‘문학 창의도시 원주’라고 생각해요. 제일 중요한 것은 사람을 키우는 것이에요. 기존에 계신 훌륭한 작가님들을 위한 지원 못지않게 신진 작가, 지망생에게 많은 기회와 지원을 해줬으면 좋겠어요. 신진 작가들이 후에 박경리 작가님처럼 자신의 문학적 고향을 원주라고 얘기하는 것만으로도 큰 성과를 이룩한다고 생각해요. 운동선수가 지역을 연고로 활동하듯이 지자체 차원에서 사람을 많이 키워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원주에서 터를 잡고 작품 활동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Q.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요?

원주에서 활동하고 원주에서 생산하는 책을 소개하고 싶어요. 제가 쓴 <시골생활>을 비롯해 미자리 작가님의 <원주>, 솔마 작가님의 <journey>도 재미있어요. 이새보미야 작가의 <여전히 카미노를 걷는다>, <원주통닭>도 있습니다. 박구사 작가의 <여전히 무한도전을 봅니다>도 소개합니다. 서곡리에 있는 ‘소브루’ 카페도 많이 찾아와주세요. 맛있는 커피와 아늑한 공간, 귀여운 친구들을 모두 만나볼 수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