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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이굽이 전설 ① 은혜 갚은 꿩 이야기
작성자 관리자 날짜 2021-11-01 13:29:14 조회수 425

굽이굽이 전설 

 

은혜 갚은 꿩 이야기

 

 

 

옛날 옛적에~’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재미있다. 선한 사람은 복을 받고 악한 사람은 벌을 받게 되는 다소 빤한 결말이 주를 이루는데도 좀처럼 식상한 법이 없다. 옛 이야기에 매력을 느끼는 이유야 각자 다르겠지만 아마도 현실세계에서는 기대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를테면 동물과 사람이 서로 자유롭게 의사소통을 한다거나 눈앞에 도깨비가 나타나 씨름을 제안하는 일은 실생활에서는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 일이다. 이런 걸 두고 사람들은 으레 판타지(fantasy)’라 부른다. 마을마다 이런 판타지하나쯤은 다 갖고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그리고 어떤 전설은 지역의 정체성이 형성되는데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누군가 원주를 보은의 도시로 기억한다면 그건 꿩 덕분일 것이다. 치악산 남대봉 어귀에는 신라시대 중건된 고찰, 상원사가 있다. 깊고도 험한 치악산 골짜기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이곳에 오르면 문득 시야에 종 하나가 들어온다. 바로 이 종이 먼 옛날 옛적에 꿩이 은혜를 갚기 위해 투신한 장소다.

 
 



원주시 캐릭터 '꽁드리'



옛날에 무과시험을 보기 위해 한양으로 향하던 한 젊은이가 있었다. 몇날 며칠을 걸어 원주에 있는 적악산(赤岳山) 재를 넘을 무렵, 어디선가 꿩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알고 보니 바로 길 옆 바위 밑에서 큰 구렁이가 둥지 안의 어린 꿩들을 막 잡아먹으려 하는 중이었다. 둥지와 조금 떨어진 곳에서는 어미 꿩이 구원을 청하듯 애타게 울부짖고 있었다. 젊은이는 화살을 날려 구렁이를 쏘아 어린 꿩들을 구했다.

 

어느덧 해가 저물어 어두운 산길을 더 갈 수가 없게 되었다. 마음이 다급해진 젊은이는 멀리 보이는 불빛을 쫓아 부지런히 걸음을 재촉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큰 기와집이었다. 산중에 번듯한 집이 있는 게 이상했지만 젊은이는 집 주인에게 간청해 하룻밤 유숙을 하게 되었다. 하루 종일 험한 산길을 걸어 온 젊은이는 집주인이 준 식사를 맛있게 먹고 그대로 잠이 들었다. 그런데 문득 몸이 선득 차갑고, 조여 오는 것이 아닌가. 눈을 떠 보니 큰 구렁이가 젊은이의 몸을 칭칭 감고 있었다.

 

당신은 오늘, 오던 길에서 살생을 했소. 당신 화살에 맞아 죽은 구렁이가 바로 내 남편이오. 나는 내 남편의 원수를 갚기 위해 당신을 여기로 유인한 것이오.”

 

다름아닌 집주인의 음성이었다.

 

나도 살생은 원하지 않았지만 꿩이 하도 가여워 순간의 동정심 때문에 생전 처음 죄를 졌소. 하지만 큰 뜻을 품고 과거를 보러 가던 길이니 제발 살려 주시오.”

 

오늘밤이 새기 전에 종소리가 세 번만 울린다면 우리 죄도 풀린다오. 그렇게만 되면 당신도 살려 주겠소.”

 

모든 것을 포기하고 죽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바로 그때, ‘’, ‘’, ‘세 번의 종소리가 들려왔다. 구렁이도 종소리를 들었는지 칭칭 감았던 젊은이의 몸을 스르르 풀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이윽고 날이 훤히 밝아오자, 젊은이는 정신이 들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젊은이가 누워있던 곳은 빈 절간 앞 바위 밑이었다. 종소리가 났던 종각을 찾아 올라가 보니, 그 밑에는 꿩 세 마리가 머리가 깨진 채 죽어 있었다. 젊은이는 양지바른 산기슭에 죽은 꿩들을 묻어주고, 과거 길을 포기한 채 빈 절을 고쳐 거기서 살았다. 그 절이 지금의 치악산 상원사(上院寺), 단풍색이 고와 적악산(赤岳山)으로 부르던 산 이름도 붉을 적()자 대신 꿩 치()자를 넣어서 치악산(雉岳山)으로 불리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설화 줄거리 출처 : 원주시청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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