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료실
  • 홈 >
  •   자료실
글 보기
인터뷰(2) “창의도시는 모든 도시 브랜드의 상위 개념입니다” - 오원집 유네스코 문학 창의도시 운영위원장
작성자 관리자 날짜 2022-02-28 15:14:38 조회수 251

 

“창의도시는 모든 도시 브랜드의 상위 개념입니다”

- 오원집 유네스코 문학 창의도시 운영위원장 인터뷰 - 

 

 


누구나 튼튼하고 아름다운 집에 살고자 한다. 그러나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다. 양지바른 집터와 생활철학이 담긴 설계도가 준비되어야 함은 물론, 질 좋은 건축자재와 성실한 일꾼들이 꼭 필요하다. 도시를 만들어나가는 일 또한 마찬가지 아닐까?     

 

지난 6월, 유네스코 문학 창의도시 원주의 구체적인 청사진을 그려나갈 운영위원 15인이 꾸려졌다. 운영위원장으로는 가입 준비부터 선정까지 6년 동안 밤낮없이 동분서주한 오원집 한도시한책읽기운동본부 운영위원장이 선출됐다. 유네스코 문학 창의도시 선정 1주년, 원주는 골인지점이 아닌 출발선에 서 있다고 말하는 오원집 운영위원장을 만나본다.  

     

Q. 창의도시 가입을 위해 6년의 세월이 걸린 만큼 최종 승인되었을 때 기쁨도 남다르셨을 텐데, 당시 소감은 어땠나요? 

 

발표가 2019년 10월 30일 났어요. 우리는 31일 발표로 예상하고 있었거든요. 30일 발표가 나면 시각이 언제가 되었든 좋으니까 나에게 전화 달라고 얘기를 했는데 생각지 못하게 그 전날 출근 하자마자 전화가 왔어요. 소식을 듣고 환호성을 질렀어요. 그럴 만큼의 기쁨이었어요. 그만큼 우리가 애를 많이 썼어요. 집중해서 준비한 기간은 4년 정도 될 거예요. 그 기간 동안 정말 엄청난 시간을 투입했어요. 먼저 시민들의 의견을 방대하게 수집하고 나중에 추진위원회를 30-40명 정도 구성했고요. 신청서 작성을 위한 실무단을 꾸렸어요. 위원들이 툭하면 모여서 공부하고 회의를 했습니다. 굉장히 방대한 양의 신청서를 냈거든요. 위원마다 자기 나름의 생각을 취합하는 작업이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또 항목마다 글자 수가 정해져있어요. 고민이 많아질 수밖에 없었죠. 신청서 준비하는 데만 1년이 걸린 셈입니다. 여기에 에너지를 많이 쏟았기 때문에 선정됐을 때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죠. 

 

Q. 유네스코 문학 창의도시 운영위원회가 지난 6월에 출범했습니다. 위원회 출범이후 월례회의, 세미나, 워크숍 등을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떤 논의들이 있었는지요? 

 

운영위원회는 기본적으로 문학 창의도시 추진과정에 참여해주신 분들과 향후 창의도시가 가고자하는 방향성을 설정할 때 도움을 주실 분들로 구성돼 있어요. 또한 창의도시 운영위원회는 일반적인 위원회와는 성격이 조금 다릅니다. 원주시에서 운영하는 대부분의 위원회는 시정에 대해 의견을 개진하는 자문기구 성격인데, 창의도시운영위원회는 원주시와 창의도시 사업을 함께 이끌어 가는 민·관 거버넌스(governance)라고 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다른 위원회와는 달리 자주 모여서 머리를 맞대야 합니다. 코로나19로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운영위원회 구성 후 한차례 세미나를 개최했어요. 민간공공외교 관련된 세미나예요. 창의도시는 네트워크 사업이잖아요. 네트워크 활동을 하려면 기본적으로 다른 회원 도시들과 활발한 민간교류가 이루어져야 하거든요. 때문에 민간외교에 대한 개념적인 이해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 7월 말에는 장장 3시간 반 동안 워크숍을 진행했습니다. 운영위원회 구성 후 위원들의 생각을 들어보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는데, 위원님들이 준비를 많이 해 오셔서 다양한 이야기들이 모아졌습니다. 최근에는 소규모 인원으로 워킹그룹을 꾸렸어요. 모든 사안을 운영위원회를 열어 추진하는데 어려움이 있고, 사업추진의 속도감을 높이기 위해 구성했어요. 

시민들이 생각할 때는 창의도시 가입한지 1년이나 되는데 뭔가 진행되는 게 없다고 생각하실 수 있겠는데, 지금은 창의도시 사업의 로드맵을 만들기 위한 준비기간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아마도 내년에는 시민들의 창의도시를 피부로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원주시가 문학 창의도시로 가기 위해선 원주의 문학적 자산을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가지고 있는 원주의 문학자산으로는 어떤 것이 있다고 보시는지요?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 가입 신청을 하려면, 우선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심사를 통과해야 돼요. 당시 우리는 원주의 풍부한 문학적 자산을 어필했어요. 박경리 선생님이 토지를 집필한 곳이고 조선시대 문인을 많이 배출하는 등 문학적 DNA가 내재돼 있죠. 시민들의 자발적 활동을 통해서 축적된 그림책 도시이며, 우리나라 풀뿌리 독서운동을 대표하는 한도시한책읽기운동 등 시민들의 자발적인 문학활동이 활발한 도시임을 강조 했습니다. 하지만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 가입 기준은 그 도시가 가지고 있는 문학적 자산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문학이라는 콘텐츠를 중심으로 창의적인 도시를 만들어가려는 의지가 가장 중요해요. 가능성을 보는 거죠. 만일 문학적 자산을 놓고 평가한다면 이미 가입돼 있던 문학 창의도시들, 예를 들면 더블린이나 에든버러와 같은 유럽의 도시들에 비하면 원주는 문학적 인프라가 초라한 게 사실입니다. 기존의 문학 창의도시들은 출판산업이 매우 활발한데, 원주는 미미한 수준이거든요. 때문에 원주가 문학 창의도시로 가기 위해서는 스토리텔링사업, 출판사업, 문학투어 등 문학을 통해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노력이 동반되지 않으면 문학 창의도시에 가입한 의미가 없어지거든요.

 

Q. ‘한도시한책읽기’는 원주의 대표적인 문학 관련 풀뿌리 운동으로 자리매김 했습니다. 한 도시 한 책 읽기 운동본부 운영위원장도 맡고 계신데, 유네스코 문학 창의도시와 어떤 연계성을 가지고 가면 좋을까요? 

 

‘한도시한책읽기 운동’ 같은 경우에는 문학 창의도시에서 굉장히 중요한 콘텐츠입니다. 문학은 결국 책이에요. 책을 읽지 않는 시민이 문학을 이야기할 수가 없는 거죠. 우리가 지금 경제적으로는 G12까지 얘기하잖아요. 우리나라 국민 1인당 평균 독서율이 세계 몇 위정도 될 거 같으세요? 통계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100위권 밖이에요. 우리나라 국민이 그만큼 책을 안 읽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조사한 우리나라 국민 1인당 평균 독서율은 65%입니다. 그런데 원주시민들을 대상으로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해서 원주시민 독서실태조사를 했더니 원주시민 독서율은 79%로 나왔어요. 엄청난 차이죠. 저는 한도시한책읽기 운동이 가져온 성과라고 생각해요. 매년 책 한 권을 선정해 ‘원주시민 모두가 한 권의 책을 읽는다면’이라는 슬로건으로 17년 동안 이어오면서 책 읽는 문화가 성숙해졌다고 생각합니다. 도서관에서 책을 대출하는 것도 인구 30만 수준의 다른 도시와 비교하면 원주가 월등히 많아요. 원주가 다른 도시에 비해서 전반적으로 책을 많이 읽는다는 얘기죠. 희망적인 지표입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정책적으로 이런 부분을 어떻게 더 확산시켜 갈 것이지가 풀어야할 과제입니다. 


Q. 유네스코 문학창의도시 원주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해결해야할 과제가 굉장히 많습니다. 그 중에서 창의도시를 도시계획에 핵심방향으로 설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창의도시 가입이 확정되고 나서 유네스코 본부로부터 온 메일이 있어요. 메일 내용에서 중요하게 강조한 것이 두가지인에 하나는 4년마다 제출하는 모니터링 보고서예요. 가입만 해놓고 아무것도 안하면 안 된다는 얘기고요. 또 하나는 ‘UN의 지속가능 발전을 위한 2030 어젠다’를 원주시의 미래 발전 전략과 계획의 핵심으로 삼으라는 이야기를 간단하면서도 명료한 문장으로 써놨어요. ‘지속가능발전목표 달성을 위해 빠르게 변화하는 국제사회에 동참하기를 바랍니다.’라고요.

유네스코 창의도시가 추구하는 가치는  창의성과 혁신을 주요 원동력으로 지속가능하고 포용적인 도시발전을 위해 회원도시들이 협력하는 것이에요. 원주는 문학 분야로 가입했기 때문에 문학을 통해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해야 하는 것입니다.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시나요? 사실 창의도시 개념이 매우 어려워요. 우리도 네트워크 가입을 추진하면서 창의도시를 이해하는 게 쉽지 않았거든요. 때문에 창의도시로 가는 길은 한 두 사람의 생각만으로 되는 게 아니에요. 무엇보다 시민들의 사회적 합의가 중요합니다. 이 부분이 앞으로 풀어가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입니다. 그래서 사업을 추진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지속가능 발전’에 대한 개념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게 무슨 말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거든요. 코로나19 상황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일상이 회복되면 지속가능발전에 대한 교육부터 시작을 했으면 해요. 

이외에도 도시전략에 창의도시를 핵심가치로 삼는 부분, 창의도시로 가기 위한 인프라 구축에 과감한 예산을 투입하는 것도 시급히 풀어가야 할 과제 중 하나예요. 또 유네스코 창의도시의 핵심 가치 중 하나가 네트워크 활동이에요. 원주가 갖고 있는 문학적 자산이나 경험을 다른 도시와 공유하고 서로 협조하며 시너지를 만들어내자는 거죠. 그러려면 영어에 능숙하고, 문화적 마인드가 풍부한 창의도시 문화기획자를 많이 양성해야 합니다. 젊은 사람들이 창의도시에 관심을 갖고 핵심인력으로 성장하도록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창의도시는 단기 프로젝트가 아니라 50년, 100년 후 원주를 만들어 가는 일이에요. 때문에 긴 호흡이 필요합니다.

 

Q. 유네스코 창의도시에 가입된 문학 창의도시가 28개국 39개 도시입니다. 다른 문학 창의도시들은 어떤가요? 

 

문학 창의도시 중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아일랜드의 더블린(Dublin)은 인구가 50만 밖에 안돼요. 그런데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네 명이나 나왔어요. 관광문화사업이 그 도시의 주 수입원인데, 문학이 중심이에요. 연간 경제효과가 3조나 된다고 합니다. 더블린의 출판산업이 전체 아일랜드 출판 매출의 82%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원주가 우리나라 전체 출판산업의 82%를 차지한다고 생각해보세요. 상상이 잘 되지 않습니다. 공공도서관도 23개나 되고, 문학단체가 25개예요. 원주하고는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창의도시 사업이 본격화되면 원주의 문인, 문화기획자들이 앞서가는 창의도시들을 수시로 다녀와야 해요. 자꾸 벤치마킹을 해야죠. 이들도 이런 인프라를 갖추기까지 수백 년이 걸렸을 거라고 생각해요. 우리도 지금부터 시작해야죠. 스코틀랜드의 에든버러(Edinburgh)는 문학 창의도시 1호 도시에요. 출판사만 80개라고 합니다. 문학 창의도시를 지원하는 기관만 열 개가 넘어요. 우리는 지난 해 창의도시지원센터를 만들었는데 앞으로는 이러한 지원기관 및 단체가 많아져야 합니다. 그리고 원주는 이들 속에서 어떤 경쟁력을 가지고 어떤 스타일의 도시로 갈 것이냐. 이런 고민이 끝없이 필요하겠지요. 

 

Q. 앞서 원주시청 문화예술과 창의도시팀과의 인터뷰에서 민관거버넌스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습니다. 창의도시 사업과 관련해 민관협치가 가야할 방향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갖고 계시나요? 

 

거버넌스에 대한 이해가 사람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더라고요. 우리가 그동안 해왔던 민관거버넌스는 민의 참여에 가깝다고 봅니다. 저는 협치라는 표현을 쓰는데, 권리와 책임을 공유하는 거죠. 사실 창의도시는 시책사업으로 풀어가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많아요. 민간의 역량이 커져야하는 거잖아요. 결국은 민관이 함께 만들어가는 그런 개념으로 이해가 되어야할 거 같아요. 

 

Q. 원주가 창의도시 네트워크 회원 도시로서, 궁극적으로 추구해야할 목표는 무엇일까요?  

 

창의도시는 문화를 향유하는데서 그치는 게 아니에요. 문화를 지속가능한 도시발전과 연계하고, 궁극적으로는 시민들의 삶의 질이 높아지도록 해야 합니다. 제가 유네스코한국위원회 가서 발표할 때 했던 얘기가 있어요. 원주시는 앞으로 문화관련 프로그램들을 진행할 때 기획단계에서부터 이 프로그램이 지속가능발전 17가지 목표 중 어떤 부분을 추구하는 것인지 설정하게끔 할 것이라고요. 뚜렷한 목표의식을 가지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사업을 종료한 후에는 어떤 효과를 거뒀는지를 스스로 평가하도록 하는 것이지요. 그렇게 되면 시민 모두가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고 도시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행정적 지원과 더불어 민 주도로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들어가기 위한 노력들이 이뤄질 수 있는 도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끝으로 창의도시와 관련해 바람이 있다면? 

 

시민들이 창의도시에 대해서 자긍심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창의도시는 원주시가 갖고 있는 많은 도시 브랜드 중에서도 중요한 가치가 내재되어 있어요. 모든 도시 브랜드의 상위개념이라고 생각해도 무리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를테면 창의적인 혁신도시, 창의적인 건강도시죠. 이렇게 되면 모든 도시정책들에서 접근하는 방법이 달라질 수 있어요. 원주시가 풀어야할게 너무 많습니다. 좀 전에 말씀드린 유네스코본부에서 보낸 메일에 보면 지속가능한 발전목표 17가지 중 11번째를 특히 원주시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어요. 11번째 목표는 지속가능한 공동체(sustainable cities and communities)예요. 여기에는 포용성, 안정성 이런 세부목표들이 들어가 있어요. UN이 17가지 목표에다가 169가지 세부목표 과제를 만들었거든요. 이를 위해서는 도시 운영의 기본 개념이 바뀌어야 해요. 가지고 있는 자산의 문제가 아니라 시민의식 함양과 함께 도시 운영철학이 재정립되어야 한다는 얘기가 됩니다. 100년 후 원주시가 세계에서 가장 이상적인 창의도시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원주시 공무원은 물론 원주시민들이 그러한 상상을 가지고 창의도시를 만들어가길 소망합니다.



-------

이 글은 2020년 [행복원주] 11월호에 실렸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