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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우 <너는 나의 시절이다>
작성자 관리자 날짜 2022-02-28 15:20:44 조회수 296

 


“삶을 감각하며”

〈너의 나의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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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우 (지은이) | 2021 | 포로체 


 

 

평생 함께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은 우정이 멈췄다. 내일도 나를 연인이라 생각할 사랑도 사라졌다. 전부가 아닌데도 마치 전부인 것처럼 느껴지는 바람에 그대로 얼어버렸던 어떤 시절을 기억한다. 기억하는 것은 지금에서 벗어난 것이고, 이미 지나간 것이다. 악보로 치면 마디가 끝났고 책으로 치면 장(章)이 마무리된 것이다. 끝없이 이어질 것만 같은 ‘무언가’에 시작과 끝을 재조정하는 마디와 장처럼, 우리의 삶에도 그런 것이 있을까. 나의 삶에서 그러한 역할을 한 것은 특정 관계가 끊어지거나 사는 곳이 바뀔 때였다. 그럴 때면 달리기를 하다 멈춰 숨 고르기를 하듯, 문장을 이어가다 쉼표를 찍듯 잠시 여유가 생겼다. 여유는 다행이면서 불안했고, 설레면서 두려웠다. 지금, 이 순간을 향해 던진 질문이 과거와 미래 사이를 수없이 오가기 때문이다. 
 

이때 정지우 작가가 쓴 책들이 필요하다. 표현할 방법이 없는 감정과 막연한 생각이 정지우 작가가 써 내려간 글로 구체적으로 가시화된다. 작가는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며 새로운 직업을 가진 지금을 말하면서, 지난 시절의 이야기를 빼놓지 않는다. 작가에게 지난 시절이란 아련하고 아름답기만 한 감상의 소재가 아니다. 그때부터 지금에 이르며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에 관해 설명할 수 있는 자료이자, 입체적인 삶을 드러낼 수 있는 장치이다. “청년 시절이란 (...) 현실보다는 이상이 더 강렬한 시절이었다.”라고 말하면서 “삶을 끌고 나가기보다는, 끌려가는 순간들이 많아진다.”라며, 지금을 얘기한다. 나는 다음 문장에 특히 마음이 갔다. “인생에 대한 매우 흔한 착각 중 하나에는, 내가 지금 지니고 있는 감각들이 미래에도 그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믿음이 있는 것 같다.” 지난 시절에 비해 혼자서 진득하게 글 쓰는 시간이 줄었다. 그때의 뾰족한 감각은 이제 어느 시절에 집중했던 블로그에만 머물러 있고, 지금 나는 전혀 다른 감각으로 살아간다. 아마도 시간이 더 지나면 또 다른 새로운 감각으로 살아갈지도 모른다. 마치 감각은 한 번 뜯고 증발하는 일회용 알코올 솜과 비슷해서, 놓치면 다시 사용하기 어렵다. 
  




 

변화하는 감각에 맞춰 그때에서 지금으로, 지금에서 다음으로 부드럽게 연결될 수 있을까. 취향과 기호가 흔들리지 않을 때 우리는 확신과 한계를 동시에 느낀다. 사람을 상대할 때에도 마찬가지이다. 그때부터는 받아들임의 자세에 특히 신경 써야 한다. 작가는 “의사소통에서 가장 흔하게 일어나는 문제 중 하나는 내 기분에 따라 상대방을 오해하는 일일 것이다.”라고 짚는다. “좋은 대화를 할 줄 아는 일이란, 무엇보다도 상대방의 의도를 선하게 들을 수 있는 능력이라 생각된다.”라고 말하며 흔히 말하는 ‘통찰력’과 ‘넘겨짚기’에 한 끗 차이에 관해 얘기한다. “대개 상대의 나쁜 의도를 잘 캐치해내는 건 스스로 뛰어난 통찰력처럼 느껴지기 마련이지만, 그보다는 나와 관계 맺는 사람들의 ‘나쁜 심성’을 일관적으로 해석하여 구축하는 ‘자기 세계관 만들기’ 쪽에 가까울 것이다.” 
 

반복되는 일상에 삶을 감각하는 방법을 잊은 이들에게 정지우 작가의 생각 꾸러미를 열어보기를, 그리하여 다시 삶을 감각하는 기회가 닿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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