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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6) "사람을 중심으로, 연대를 바탕으로" - 김선애 창의문화도시지원센터 사무국장
작성자 관리자 날짜 2022-02-28 15:15:41 조회수 402

 


사람을 중심으로, 연대를 바탕으로 

- 김선애 창의문화도시지원센터 사무국장 -     

 

  

원주는 ‘유네스코 문학 창의도시(이하 창의도시)’이자 문화체육관광부 지정 ‘제1차 법정문화도시(이하 문화도시)’다. 모두 문화를 매개로 시민의 삶을 보다 윤택하게 만드는 데 궁극적인 목표를 둔다. 원주는 굳이 비유하자면 비옥한 땅이다. 풍부한 유산을 밑거름 삼아 조성된 문화생태계는 창의도시 네트워크 가입과 문화도시 지정을 계기로 한 단계 더 성숙할 여건이 마련되었다. 이와 같은 자원들이 시민의 삶 속에 투여되고 또 다시 재생산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려면 수많은 전문가들이 조언하듯, 두 사업 간 긴밀한 연대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다면 연대란 무엇일까. 단순히 사업 주체들이 서로 교류한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보다 구체적인 협력체계를 만들고 다양한 층위에서 지역사회의 문제의식을 공유해야한다. 창의도시와 문화도시가 유의미한 변화를 불러일으키기 위해 거시적 관점에서 라이프스타일의 다양성을 고려해야한다고 말하는 김선애 원주창의문화도시지원센터 사무국장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Q1. 유네스코 문학 창의도시 네트워크로서 원주는 어떤 도시라고 생각하시나요? 

크게 두 가지예요. 첫 번째로는 원주는 창의도시 가입 이전부터 문학 분야에서 무척 다양한 창의 활동을 하고 있던 도시입니다. 원주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문학적 자원들이 잘 연계돼서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 가입까지 이어졌고요.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례로 얼마 전 타 지역에서 오신 분들께 원주의 가볼만한 곳으로 박경리문학공원을 추천했더니 굉장히 놀라시더라고요. 그래서 원주가 박경리 선생님께서 토지 집필을 마무리하신 곳이고 생명문학의 태동지라고 하니 또 역시 놀라더라고요. 원주의 풍부한 문화자원들이 네트워크 가입을 통해 널리 인지되었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일이 아닌가 생각을 합니다. 두 번째로 말씀드리고 싶은 건 그림책이에요. 유네스코 문학 창의도시 네트워크 가입을 할 때 그림책이라는 요소가 크게 작용을 했거든요. 지난해까지 문화도시와 더불어 시민 주도로 지속가능한 그림책도시가 되기 위한 구체적인 성과들이 나왔습니다. 올해는 ‘원주그림책센터’가 생겨날 거예요. 문화도시에서 진행했던 ‘그림책여행센터 이담’이 지금까지 거점으로서 그림책이라는 콘텐츠를 도시차원에서 끌어내며 정책적 기반을 다졌다고 하면, 시민의 삶 속에서 지속가능한 그림책 도시로서의 정체성을 더욱 공고히 하는 차원에서 ‘원주그림책센터’가 생기고요. ‘그림책도서관’도 준비 중에 있다고 들었습니다. 원주시가 그림책을 어떻게 창조 산업화 시킬 것인지 보다 깊이 있는 논의를 해야 한다는 것이 작년에 개최했던 ‘그림책 도시 테이블’ 자리에서 나온 담론이에요. 

 

Q2. 지난 2020년 7월에 있었던 <유네스코 창의도시 원주, 문화외교활성화 방안 세미나>에서 ‘창의도시와 문화도시 사업 간 협력을 통해 문화혁신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하셨는데요, 현재 원주에 필요한 문화혁신체계는 어떤 모습일까요?  

문화도시 사업이 올해로 6년차거든요. 지금까지의 사업을 통해 얻었던 결론이 저희가 지난해 제작한 <문화도시 원주 연차보고서 2020>에 명확하게 나옵니다. 원주시 청년활동 활성화 방안과 관련해서 청년들이 당사자로 참여하는 연구였어요. 다른 도시와 비교해볼 때, 원주는 행정주도가 아닌 중간지원조직 중심의 자발적 청년활동이라는 특징이 있습니다. 사실 원주는 중간지원조직의 힘이 상당히 강한 편입니다. 그런데 서로 어떤 일을 하는지 살펴볼 필요성이 있다는 거죠. 중간지원조직이 가진 자원을 서로 공유하면 효율적으로 문화혁신체계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관중심이 아니라 시민 중심, 사람을 중심으로 두고 생각하면 굉장히 연대 체계들이 잘 만들어질 거라고 생각해요. 지난해 중간지원조직들을 위한 자리가 마련됐어요. 그 과정에서 각 기관의 사업배치도를 고려해서 일종의 자원 지도를 한 번 그려봤어요. 예를 들어서 이런 겁니다. 기관별로 진행하는 사업들 가운데 교집합이 상당히 많았어요. 당사자 입장에서 바꿔 말하면 중첩되는 분야가 많았던 겁니다. 반면에 참여하고 싶어도 없는 진행 중인 사업이 없는 분야도 많았고요. 도시 관점에서 배분된다면 결국에는 사람중심으로 지역혁신체계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생각을 했고요. 창의도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거든요. 새로운 신규 사업을 하는 게 아니라 기존의 활동들을 강화하기 위한 사업이 필요할지도 모르죠. 연대라는 의미가 공동의 사업을 발굴해서 같이 사업을 한다는 의미도 물론 포함하겠지만 그 전에 각각의 기관들이 하는 일들을 서로 살펴보고 조정해보는 것이 진정한 의미에서 연대의 출발이라고 생각합니다.  

 

Q3. 원주는 여느 대도시 못지않게 변화가 많이 일어나는 곳입니다. 그만큼 시민들의 삶의 방식 또한 다양하다고 보는데요. 창의도시와 문화도시 사업을 비롯한 문화 정책의 관점에서 분석해봤을 때 특별히 고려해야할 지점들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원주는 무척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이 공존하는 도시라고 봅니다. 이 또한 작년에 통계로 확인을 했어요. ‘2020 문화도시 원주 생활인구 및 소셜 매체 빅데이터 분석 연구’를 진행했고요. 굉장히 재밌는 결과가 나왔어요. 소셜 매체 빅데이터 기준 통계라 신뢰도를 체크해 봐야겠지만 전국 평균(56.8%)에 비해 원주시민들의 자가 주택 거주 비율이 훨씬 낮아요. 21%가 나오거든요. 어떤 의미인지 살펴볼까요? 시민들이 진짜 내 집이 없어서 여기에서 전세나 월세의 형태로 사는 게 아니라 여기는 잠시 머무르는 곳이기 때문에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이야기인 거죠. 주거 안정성이 낮다는 것은 장기간 거주 가능성이 낮다는 의미거든요. 또 하나 재미있는 건, 원주시 인구의 7%가 대학생이에요. 생각보다 훨씬 높죠. 2만 명이 넘는 인구가 대학생으로 살고 있습니다. 이들 역시 원주에서 지속적으로 살아가야할 이유가 아직은 크게 없다는 결론이 나왔어요. 그런데 재밌는 통계가 하나 더 있습니다. 원주시에서 15년 이상 장기거주한 분들의 경우 원주시민으로서의 정체성도 높고 이 도시가 너무 좋은 거예요. 저는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관점에서 문화사업과 창의활동들이 이뤄져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청년 중에서도 기혼, 비혼 청년과 자녀 유무에 따라서도 삶의 모습이 많이 다르고요. 원주에서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살게끔 하려면 다양한 유인책들이 만들어져야한다는 거죠. 예를 들어 진로라는 키워드를 놓고 보면 이제는 세대 구분이 의미가 없어요. 10대부터 60대까지 모든 세대가 진로 고민을 하는 거예요. 각각의 세대 안에서도 라이프스타일에 따라서 접근방식을 달리할 필요가 있어요. 

 

Q4. 연장선상에서 보자면 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해봐야할 것 같아요. 무엇보다도 정주요건을 만드는 것이 중요할 텐데, 사람들이 원주를 떠나지 않게 하려면 어떤 노력들을 기울여야 할까요?  

굉장히 어려운 문젠데, 실제로 지금 원주에 30대 활동가들이 별로 없어요. 냉정하게 이야기를 하자면 10년 전의 사람들이 지금까지도 그대로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결국에는 지역이 사람을 키워야한다는 인식부터 명확하게 시작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 사람을 키워놓지 않으면 10년 후에 똑같은 현상이 발생할 거라는 말이죠. <문화도시 원주 연차보고서 2020>을 보면 연구의 당사자인 청년들이 이야기를 해놨어요. 당사자의 수요에 대해서 적극 지원을 하고 관련 인프라를 조성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원주는 상대적으로 인구 이탈이 쉬운 도시이기도 하지만 역으로 새롭게 이주해 오기에도 쉬운 도시거든요. 원주를 떠나지 않게 하는 것뿐만 아니라 자칫 ‘서울의 베드타운에 머무를 수 있다’는 거시적 문제의식을 공유했으면 좋겠습니다. 또 달리 생각하면 호재가 될 수 있는 상황이기도 해요. 서울에 사는 은퇴자들은 멀리 떠나지는 못해요. 그런 분들에게 원주가 답일 수 있거든요. 여행, 의료, 실버산업 육성이 적합하다고 생각해요. 이런 연계점에 문학을 비롯한 문화적 요인들이 잘 설계가 된다면 좋을 거예요. 저도 40대 때 일을 하기 위해 원주에 들어왔거든요. 그런데 일반적으로 사십대 이상이 먹고 살기 위해서 원주에 들어왔다면 굳이 내 라이프스타일을 바꿀 필요가 없어요. 그렇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내가 살던 대로 사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정체성 공유가 안 되고 개별화돼요. 재미없는 도시가 될 가능성이 높아져요. 굳이 원주가 아니어도 찾을 수 있는 것들이 원주에 많아지게 된다는 이야기죠. 이런 관점에서 다시 창의도시와 문화도시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저는 원주의 도시 정체성을 읽고 인사이트를 가진 사람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지역의 정체성이 들어가지 않으면 굉장히 일반적인 활동과 사업들이 나올 거라 생각하거든요. 원주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어떤 독특한 매력들이 사라지면 안 되겠죠. 


Q5. 시민들에게 문화와의 접점을 다양하게 만들어줄수록 향후 원주의 소중한 자산들이 재생산되고 보다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발전한다는 말씀이시네요. ‘문아리 공간 5.3’을 비롯해, 지난 해 창의문화도시지원센터에서 진행한 의미 있고 다채로운 시도들이 있었습니다. 사업을 진행하시며 가장 중점에 두었던 가치는 무엇이었습니까?  

그림책이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와 문화도시, 더 나아가 원주시에 꼭 필요한 콘텐츠라고 생각했던 이유가 있습니다. 그림책이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매개체로서 훌륭한 콘텐츠이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항상 문화도시에서 사업을 할 때는 이런 질문을 했어요. ‘우리의 새로운 시도가 시민의 문화적 삶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우리가 시민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했을 때 삶의 전환점을 이룰 수 있는 계기는 무엇일까.’ 우리가 변화의 내용을 만들어주지는 못하잖아요.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판을 만들려고 노력을 했고요. 그게 ‘문아리 공간’을 통해서 결과적으로 드러나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굉장히 다양한 시민들의 사연이 나왔어요. 삶의 전환을 이루는 현장이었다는 생각이 들고요. 또 하나는 프로젝트에 일로서 참여하는 주체들이 있잖아요. ‘워킹그룹(working group)’이라고 부르거든요. 지역에서 문화를 가지고 살아가겠다고 결심한 사람들이잖아요. 이들의 활동과 성장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 하는 포인트도 있었습니다. 결국에는 문화예술 생태를 만들어나가는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실제로 작년에 문아리 공간 5.3에는 청년들의 개별적인 프로젝트가 6개가 있었어요. 브랜드 개발도 마찬가지거든요. 원주 안에서 지역문화를 가지고 브랜딩을 하고 디자인을 하고 싶어 하는 청년 컴퍼니 그룹이 있었어요. 그룹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원주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학습하면서 적절한 방향으로 브랜딩하려면 어떤 요소가 필요한지 지속적으로 이야기 해나가면서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워킹그룹과 우리는 어떻게 호흡하고 어떻게 일하고 성장할 것인가. 시민들하고 일할 때는 크고 작은 삶의 전환점들을 어떻게 제공할 것인가. 사업의 중심에는 이런 가치들이 있었다고 볼 수 있겠네요. 


Q6. 원주시는 올 한 해 유네스코 문학 창의도시로서 보다 공세적인 프로그램들을 많이 준비하고 있는데요. 문화도시 사업과도 교집합이 있을까요?  

문화도시가 국내 네트워크라면 국제 네트워크 방식으로 설계돼 있는 게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예요. 창의도시와 문화도시는 지향점이 비슷해요. 창의도시와 문화도시의 협력이 사업으로 일어나는 게 아니라 개념에서 연대를 통해서 일어나야 된다고 생각하는데요. 창의도시는 지역의 문학 잠재력을 키워내고 그 힘으로 시민들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생각을 하고요. 문화도시는 지역사회의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둘의 차이점을 굳이 찾자면 창의도시는 문학에 초점을 맞춘 활동의 연대에 가깝고 문화도시는 지역의 혁신을 위한 시스템을 만드는 것에 가깝다는 거죠. 저는 이 둘이 결합하는 방식으로서 개별사업이 아니라 시민들의 창의 활동이 다양하고 풍성해질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고 서로 공유하는 차원에서 연대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Q7. 사업과 관련해서, 아무래도 코로나19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겠는데요. 한계와 제약으로 정의하기 보다는 더욱 창의적인 해법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로 삼자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요즘 어때?’의 경우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민 참여전시를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고민을 했고요. 지난 해 6월에 500세트를 만들어서 가정에 배포했거든요. 사회적 거리두기가 허용하는 내 관계 안에서 우리는 감정을 물어봤어요. 그 결과 백 명의 감정이 모였고 이를 공유 하면서 시민들이 위로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전시장에 오랜 시간 있지 못하다보니 미처 다 읽지 못한 거예요. 아쉬움을 해소해보고자 그 때 수집되었던 사연을 워크북으로 만들어서 올 봄에 배포할 예정이고요. 학교문화예술 강사 네트워크랑 같이 학교를 가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해서 ‘그림책놀이보따리’를 만들었어요. 학교가 문을 닫아도 문화예술 교육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취지에서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운영했고요. 또 한편으로는 정보를 모르는 집. 신청 못하는 어린이들은 소외가 되는 거예요. 코로나라는 상황이 문화취약계층을 다른 형태로 만들고 있다는 반성이 있었어요. 그래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과 함께 ‘그림책놀이보따리’ 툴킷 천개를 만들어서 오백 개는 일반시민 대상으로 배포하고 오백 개는 취약계층 아동에게 배포했고요. 그 다음에 진행했던  툴킷이 ‘안녕하세요 연하장 프로젝트’였거든요. 2020년에서 21년으로 넘어갈 때 해가 바뀌면서 전환에 대한 기대에 대한 부분들, 연하장을 통해서 만나지 못한 사람들에게 안부를 물어보자는 취지였죠. 디지털에 지친 사람들을 위해 아날로그 방식으로 우표로 붙여 보낼 수 있도록 했어요. 그래서 코로나가 바꾼 행동 생활반경에 대해서 우리가 잃어버린 일상에 대한 부분들을 살펴가면서 툴킷을 만들어갔던 게 작년 방식이었고요. 올해는 조금 더 다양하게 접근을 해야겠죠. 

 

Q8. 앞으로 유네스코 문학 창의도시 원주가 어떤 모습이길 기대하시나요? 

원주에 사는 사람들이 문학이 주는 치유의 힘을 느꼈으면 좋겠어요. 저도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 중 한 명이거든요. 문학이 주는 즐거운 느낌을 10대 20대 30대 젊은 친구들이 많이 느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저도 문화도시 사업을 하면서 보니까 원주의 역사와 유래가 굉장히 깊고 독특한 콘텐츠가 많아요. 재해석만 하면 지금 시대에도 얼마든지 트렌디한 콘텐츠들이 원주에 많다고 봐요. 기존 콘텐츠를 개발하고 재기획해서 재생산하는 과정이 시민주체로 이뤄졌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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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021년 [행복원주] 3월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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