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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작성일 2012.04.21 조회수 14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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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요양원 할머니의 글
작성자 김종선


 

어느 요양원 할머니의 글


저 여보시오


돈 있다고 위세떨지 말고

공부많이 했다고 잘난척하지말고

건강하다 자랑하지말며

명예있다고 뽐내지마소

나이들어 병들어 누우니

잘난자 못난자 너 나 없이

남의손 빌려

하루 하루를 살더이다.


그래도 살아있어

나무손에 끼니를 이어가며

똥 오줌을 남의 손에 맡겨야 하는 구려

당당한 그 기세

그 모습이 허망하고 하구려

내 형제 내 식구가 최고인양

남을 업신 여기지 마시구려

내 형제 내 식구

피 한방울 섞이지 않는 남이

어 쩌면 이토록 고맙게

웃는 얼굴로 미소지으며

날 이렇게 잘 돌봐 주더이다.


아들 낳으면 일촌이요

사춘기 되니 남남이고

대학가면 사촌이고

군대 다녀오면 팔촌이더이다.


장가가면 사돈되고

애 낳으면 내 나라 국민이요

이민가니 해외 동포 되더이다.


딸 둘에 아들 하나면 금매달이고

딸만둘이면 은매달인데

딸하나 아들 하나면 동매달이 되고

아들 둘이면 목매달이라 하덩다

장가간 아들은 희미한 옛 그림자가 되고

며느리는 가까이 하기엔 너무먼 당신이요.


딸은 아직도 그대는 내 사랑 이구려

자식들 모두 출가시켜 놓으니

아들은 큰 도둑이요

며느리는 좀 도둑이요

딸은 예쁜 도둑이더이다.


며느리를 딸로 착각하지 말고

사위를 아들로 착각하지 마시요

인생 다 끝나가는 이 노모의 푸념이 한 스러울 뿐이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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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수정일 2023.02.14